“사고는 몇 시? 임금은?”…李대통령, SPC 회장 앉혀놓고 송곳 추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5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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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공장 찾아 반복된 사망 사고 질타
“나흘간 풀로 12시간씩 노동 가능하냐”
김범수 대표 말 자르며 강하게 쏘아붙이기도

“월급 300만원이라고 목숨값 300만원 아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근본 원인”

[시흥=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임원들에게 사고경위와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2025.07.25. photocdj@newsis.com
[시흥=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임원들에게 사고경위와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2025.07.25. photocdj@newsis.com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얘기하세요?” “이게 노동법상 허용이 되는 겁니까?” “왜 12시간씩 일을 시킬까요?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이것이 사고의 근본 요인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방문해 SPC 임직원 등 현장 책임자들에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고 SPC 임직원 등과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SPC 임원들에게 사고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지난 5월 SPC삼립 시화공장 내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윤활유를 뿌리던 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SPC의 최근 사망사건의 사고 시각, 당시 상황, SPC공장 노동자들의 노동 형태·기본임금·노동 시간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목격자가 있었냐’, ‘교대시간은 몇시냐’,‘ 쉬는 시간에는 누가 업무를 대신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당시 사망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를 점검했다.

이 대통령이 사고 발생 시각에 대해 묻자, SPC삼립 김범수 대표이사는 “새벽 2시 50분이였다”고 답했다. 지난 2022년 10월에 발생한 사망사건 발생 시각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SPL이라는 저희 계열사에서 사고가 났었고, 그때도 새벽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2023년 8월에 발생한 사망 사고 시각에 대해 질문한 이 대통령은 김 대표의 말을 자른 뒤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된다. 몇 시인지 물어보는 거다”라며 날을 세웠다.

또 ‘쉬는 시간에 누가 그 업무를 대신하냐’라는 질문에 김 대표가 “라인별로 4명이 근무하다가 1명씩 쉬는 경우도 있고, 잠깐 설비를 갖다 중단시켜 놓고 그다음에…”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자르고 “설비를 중단시키고 쉰다는 거냐”라고 거듭 질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대표가 노동자 휴식 시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자, “왜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강하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그게 진짜인가 싶어서 물어보는 거다”, “아까 1시간에 20분씩 쉰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돼서 하는 얘기다” 등 조목조목 따져 물었고,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김 대표는 대화 중간에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근무 방식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일주일에 4일을 풀로 12시간씩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되는데, 이게 노동법상으로 허용되는 노동 형태냐”라며 “계산해보니까 52시간이 넘는데 왜 그렇게 하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임금 총액이 너무 낮아서 8시간씩 일을 시키면 일할 사람이 없는거 아니냐. 경영자로서 이유가 있지 않나”라며 “왜 12시간씩 맞교대를 시키고 있을까. 8시간씩 3교대 시키는게 더 저렴한데”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12시간씩 맞교대를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기본 임금이 매우 낮아서 8시간씩 3교대 하는 방식으로 일하면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적어지고, 그러면 일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거 아닌가”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이것이 사고의 근본 요인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에 김 대표는 “그런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노동 형태를 바꿔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심야에 대체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을 일하다 보면 심야 시간이 힘들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부주의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주의를 기울일 수도 없는 객관적인 상황이 생긴 자체가 문제인 거다”라며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라고 하는 걸 언젠가는 벗어나야 하는데 업종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한 달 월급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 원은 아니다“라면서 “돈보다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을 위해서는 비용도 충분히 감수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허영인 회장, 김범수 대표, 김지형 SPC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현장 노동자와 SPC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 공장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재명#SPC삼립#중대산업재해#노동자 사망#노동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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