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무역협상 타결…상호관세 25%→15%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1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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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31일 무역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 25%를 15%로 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15%로 낮춘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달러(약 486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

다만 농산물 시장 개방 관련해선 사실 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 배분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정상적인 문명 국가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에 이재명 대통령과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밝힌만큼, 최종 합의문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통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중대재해 반복 발생 근절 대책 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29.
● 상호관세 25%→15% vs 3500달러 투자

무역 합의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소유·통제하고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택한 투자처에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6조5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또한 한국은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투자 목적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2주 내에 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이날 “큰 고비를 하나 넘겼다”며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 사실을 알렸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 중 1500억 불(약 208조5000억 원)은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상은 상대가 있다. 그래서 쉽지 않다”며 “일방만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액의 불가성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제조업 재건이라는 미국의 이해와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라는 우리의 의지가 맞닿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항상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용범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31/
● 美 “농산물 시장 개방” vs 韓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안해”

한미가 상호관세율을 낮추고 대미 투자액을 정하는 등 큰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은 맞지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 입장에서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던 농축산물 개방과 관련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 향후 완전한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가장 큰 이견은 농산물 시장 개방 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협상의 구체적 성과를 밝히는 브리핑에서 “쌀과 소고기 사장 등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추가적인 질의응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농산물 시장 관련 발언을 거듭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농업 분야는 99.7%가 개방돼 있다. 다만 0.3% 약 10개 (품목만) 유보돼 있다. 쌀 소고기 등을 담당하는 미 USTR은 (완전 개방을) 집요하게 얘기하지만 통상에서 보면 99.7%가 개방돼 있다. 통상이나 다른 부처는 상당히 (이 부분을) 공감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께서도 농축산물은 민감성이나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해서 개방을 막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정관(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대미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 배분도 이견

우리 정부가 투자하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사실 공개 이후 자신의 X를 통해 대미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서 수익 대부분을 양보하는 것처럼 들리는 발표다보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앞서 미국과 먼저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에서도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수익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 합의 직후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취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일미 간 해석 차이가 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출자 비율에 따라 달라지며 그 수익을 얻는 것도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민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익 분배 비율 관련 “각 당사자의 기여도와 감수하는 위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 측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 실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그런 정도로 일이 되고 있지 않다”며 “90%, 10%(배분은) 설명이 다 다르다. 미국 원문을 보면 투자로부터 이 90%를 유지한다(retain)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etain’이 무슨 뜻인지 논의를 많이 했다. 펀드 자체 구조가 아직 특정이 안 돼 있어서 90대 10이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retain’ 90%를 해석하기로는 재투자 (개념인) 것 같다”며 “이익이 나는데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건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결국 이 펀드가 구성되고 작동하는 협의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프로젝트를 봐야 한다”며 “그 때 충분하게 우리 이익을 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 펀드가 운용될 수 있도록 우리 입장 개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韓 “자동차 관세 12.5%로 낮추려 했다”

한편 김 실장은 이날 협상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풀어냈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감안하면 12.5%가 맞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가 일본이나 유럽연합(EU)보다 2.5%포인트 낮아야 하지만 동일하게 15%를 적용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발언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 품목에서 0% 관세를 적용받아왔다. 반면 미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EU에 평균적으로 약 2~3% 수준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김 실장은 “우리는 당연히 12.5%가 맞다고 주장을 했다”면서 “미국식 의사결정 과정을 들으셨겠지만 ‘됐고, 우리(미국측 통상당국)는 이해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다’라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지난 4월1일 이후 각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협상들을 보면 WTO(세계무역기구)나 FTA 체제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FTA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외에 품목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관세는 이번 협상 때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김 실장은 “추후에 반도체나 의약품에 품목관세가 있으면 다른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같은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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