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수투표에서 여당 의원들이 찬성에 손을 들고 있다. 2025.8.1/뉴스1
“개혁 입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이 나라 경제가 또는 사회가 무질서해지고 (증시가) 폭락하겠는가.”(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정말 악법이 시행됐을 때 기업이 무너지고 우리 경제가 망해 가는 모습을 봐야겠는가.”(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1일 윤석열 정부 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막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2차 상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에 대해 4일 본회의 처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가운데 민주당은 5일 종료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1개 법안만 처리한 뒤 나머지 쟁점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 “관세 타결 도운 조선업 타격 외면” 민주당은 이날 숙의기간을 거치지 않은 노란봉투법을 표결로 처리했다.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은 5일의 숙의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8일 회부돼 4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등 노동쟁의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우리 헌법에 안 맞는 법률이 올라오면 법사위 내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K민주주의’의 꼬라지가 이런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도 “미국과 관세 협상할 때 우리의 가장 큰 무기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였다”며 “이렇게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면 가장 타격을 보는 것이 조선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하청 노동자로 협상이 될 수 있으면 좋지만 어렵고, 하청 사장이 판단하기 어려울 때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게 하는 게 노조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사 선임 과정에 집중투표제를 의무 적용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표결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기어이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를 버렸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 하명’을 몸 바쳐 실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재검토 해달라’는 대한민국 경제·산업계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3법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의힘이 반대 토론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다수결로 토론 종결을 한 것.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공산당이냐. 토론 종결을 왜 하느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법사위에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제가 일정 부분 비난은 감수하겠다”며 표결을 강행했다. ● 野 필리버스터 예고에 與 우선 처리 법안 고심 민주당 지도부는 4, 5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들을 모두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모든 쟁점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만큼 마지막까지 우선 처리 법안에 대한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7월 임시국회 회기가 5일 만료되는 만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1개 법안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종결 동의안 제출 24시간이 지나야 재적 의원 5분의 3의 찬성으로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중 먼저 처리해야 할 법안에 대한 저울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방송3법 중 방송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도 검토했던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먼저 처리한 다음 방송3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한 번에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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