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 “당연히 참석한다는 전제로 준비 중”이라며 “(두 정상이 어디 묵을지) 실무적인 의사소통은 거의 마무리된 단계”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PEC의 대표적인 멤버 국가들로 현재로서는 (미중 정상들이) 참석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그에 대한 준비 차원에서 당연히 그렇고 미국도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조선업과 관련한 (경남) 거제 등이 경주 근처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흥미로운 지역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가능성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총리는 “북한은 APEC 멤버 국가가 아니고 과거에 참여한 적도 없다”면서 “만약 참여하면 의미가 특별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하나의 발상이고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총리실 산하 기관인 인사혁신처 최동석 처장의 과거 막말 논란에 대해서 “과거 언행을 가지고 거취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는 지났다”며 경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또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책임총리 표현 선호 안해… 대통령 성과 잘나오는게 총리 성과”
[김민석 총리 인터뷰] 취임 한달 맞은 김민석 국무총리 본보 인터뷰 매주 3, 4회 용산 들어가며 소통… 장관 인사 관련 대부분 의견 교환 최동석, 임용 재고할 사유는 아냐 APEC 준비에 매주 경주 내려가… 美관세 추가 협상, 계속 긴장해야
“저는 원래 책임총리라는 표현과 제도를 선호하지 않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김민석의 역할’에 대해 “현행 헌법하에서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 맞다고 보고 근본적으로 ‘장관 중의 으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참모장’을 자처해온 김 총리는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주체와 책임은 총리가 아닌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정원수 부국장 진행으로 1시간 20분가량 이어졌다. 지난달 4일 취임한 김 총리는 한 달 소회로 “이제 조금 감이 잡혔다”며 “본격적으로 좀 달려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리직을 맡게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
“(이 대통령이) 정확하게 뭘 맡아 달라 제안한 건 없고 그냥 지명을 했다. 뭔가 할 줄은 알지 않았느냐 이런 느낌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런 느낌은 있었다. 집권 플랜 준비를 사실상 제일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집무실에 놓인 메모지 모양 패널에는 ‘work harder’ ‘K-APEC’ 등이 적혀 있다. 김 총리는 “가끔 머리 전체에 있는 걸 틀을 정리해야 할 때 (대형 메모에) 쓰곤 한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위원장으로 매주 경북 경주에 내려가고 있는데….
“매주 경주에 가는 건 (관계자들이) 긴장감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준비가 일단락되는 게 9월 하순은 돼야 하는데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초반에 가서 정상급 객실이 있는 호텔 11곳을 전부 돌아봤다. (이번 APEC을) 적어도 88 올림픽 이상의 중요한 행사로 만들어 내란 이후 첫 국제행사로 완전하게 한국의 복귀를 알리고자 한다.”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최선을 다했는데 아쉬움도 남는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언급인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어진 시간 자체가 짧았고, 그걸 감안할 때 우리 주요 경쟁국과 비교하면 상대적 열위에 처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의미 있는 결과다. 다만 협상의 영향으로 허리띠가 조여지고 숨이 막히면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추가 협상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번 협상은) 미국 주도의 판이기 때문에 항상 게임의 판이 바뀔 수 있다. 펀드 구성과 수익 구조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후속 합의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서면 합의가 아니어서 합의의 개방성 내지는 미지(未知)의 영역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취임 직후 ‘새벽 총리’ ‘참모장’ ‘상황본부장’ 등 여러 역할을 언급했다.
“제 임무에 대해 설정을 한 것이다. 새벽 총리는 국민과의 관계에서 성실하게 상황을 보고 일찍 움직인다는 것, 참모장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얘기한 것, 상황본부장은 당정대 이런 차원에서 조율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본인의 리더십 성격을 국가적인 의제 설정과 제기 쪽으로 최근에 선명하게 해가시는 것 같다. 이번 국무회의 공개와 산업재해 관련 문제 제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한테 내치 집행은 총리가 최대 한도로 책임지고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참모장’이면 책임총리와 배치되는 것 같다.
“원래 책임총리라는 표현과 제도를 선호하지 않는다. 대통령제라는 원칙의 보완 형식으로 우리 헌법에 총리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헌법상 총리는 장관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갖고 있다. 내각에 직접 추천한 인사가 있나.
“추천이라고 굳이 이야기하기가 애매할 정도로 대부분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제 인사청문회로 바빴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추천 인사에 대한 세평이나 국민과 언론의 판단 등을 교환하곤 했다.” ―‘막말’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거취 문제가 논란인데….
“법률적인 어떤 시비가 있거나 공직 임용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 논란에 대해 알고 있지만 (임용) 원천 불가 영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다. 최 처장 본인도 선을 지키면서 일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과거 언행을 가지고 또다시 거취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는 지났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대통령과는 매주 월요일 주례 보고 회동 외에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지난주에 보니까 (한 주에) 평균 3, 4번 용산을 가고 있다. 1시간 정도의 주례 회동 말고도 3, 4번 만날 때도 1시간 이상 얘기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편한 방식으로 제게 지시도 하시고 저도 보고를 드리곤 한다. 우리는 그런 소통을 이미 몇 년간 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 대통령이 당정대 일치를 강조하는데….
“당정대 관계의 기본은 긴밀한 소통이다. 우리는 완전히 공동 운명체, 공동 책임체다. 정권을 창출한 세력은 끝까지 똘똘 뭉쳐서 가야 한다. 모든 이견을 조화시키고 국정이 성공해야 그다음도 안정이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야말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해당한다. 사면권은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고려 사항을 (이 대통령이)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임기 끝날 때 어떤 총리로 기억되고 싶은가.
“총리의 성과라는 것이 독립적으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그 정부의 성과를 잘 나오게 하는 것이 총리의 성과다. 우리 사회에 정착해야 할 어떤 사회적 대화, 사회적 협약 그런 운영 원리에 청년 플랫폼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가 더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청년층의 참여를 더 높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을 더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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