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김여정 ‘핵 인정’ 담화에 호응… 北과 긴장완화 가능성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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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핵화 대신 北과 先대화 의지
대북 억지 약화 노린 北과 이해 맞아
美 “李정부, 대북 유화책 의미 있어”
한미훈련 축소 고리로 대화 나설수도

“北, 영변 핵시설 원자로 건물 정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7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지난달 촬영된 사진에선 5MWe(메가와트e) 원자로 건물과 일대가 정비돼 있다. 사진에는 원자로 건물을 비롯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저장 건물, 냉각수 배출구, 발전기 건물 등 주요 시설들이 표시돼 있다. 사진 출처 38노스
“北, 영변 핵시설 원자로 건물 정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7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지난달 촬영된 사진에선 5MWe(메가와트e) 원자로 건물과 일대가 정비돼 있다. 사진에는 원자로 건물을 비롯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저장 건물, 냉각수 배출구, 발전기 건물 등 주요 시설들이 표시돼 있다. 사진 출처 38노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호응하고 나섰다. 북한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미 국무부 고위 간부가 “주목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한 것. 미 국무부는 이재명 정부의 한미 연합훈련 일부 연기 등 대북 유화책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에 대한 방어를 한국이 주도하게 하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 연합훈련 등 대북 억지 태세를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핵보유국 인정 전제 대화’ 김여정 담화에 美 “주목”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7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연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김여정의 담화를 관심 갖고 주목하고 있다(note with interest)”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것.

이런 가운데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김 부부장의 담화 직후 미국 백악관의 반응보다 한발 더 나간 입장으로 해석된다.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ully denuclearized)’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여(engaging)에 열려 있다”며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규정하며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선 과정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대신 핵 동결을 조건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핵군축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비핵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공동성명에 담은) 정책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에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 등이 담겼다.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되 북-미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위한 선(先)대화 기조를 앞세운 것이다.

● 한미 훈련 연기 등엔 “의미 있는 조치”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최근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긴장완화 선제 조치에 대해서도 “새로운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하고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해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대화 재개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가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북-미가 서로 다른 목표와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단계”라며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합의한 내용인 만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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