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징계 ‘민주적 절차’ 핑계로 미뤄… 14일 결론도 장담못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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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대방해’ 전한길 징계도 미적
당내 “민주당은 이춘석 빠르게 손절… 우린 속전속결 못하고 시간만 허비”
전한길 “김근식도 징계해야” 역공에, 김근식 “언론인 가장 정치깡패” 비판

전한길 “나도 저격 당했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 씨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김근식 후보가 나를 면전에서 저격했다”면서 김 후보가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전한길 “나도 저격 당했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 씨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김근식 후보가 나를 면전에서 저격했다”면서 김 후보가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춘석 의원을 빠르게 징계하고 ‘손절’했는데, 우리 당은 전한길 씨를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야유 선동’으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 씨의 징계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윤리위는 이날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안을 의결하면서도 징계 여부와 수위는 전 씨의 소명을 들어본 다음 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윤리위 결정 이후 당 안팎에선 “전 씨 논란을 빨리 정리해야 할 당 지도부와 윤리위가 미적거린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이 ‘차명 주식 거래 의혹’에 연루된 이춘석 의원을 제명 처분한 민주당을 겨냥해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 공세를 펼치고도 정작 전 씨에 대한 징계는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바로 징계 가능한데… 미적대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연 뒤 취재진과 만나 “14일 오전 윤리위를 다시 개최해 전 씨가 출석한다면 소명을 듣고, 출석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료를 가지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와 윤리위가 의지만 가지면 더 빠르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전 씨가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여 위원장은 올해 초 권영세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임명됐다. 여 위원장은 권 의원과 서울대 법대 77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당내에선 “윤리위가 ‘민주적 절차’를 핑계 삼아 징계를 미적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사안이 중대할 경우 윤리위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21대 총선을 불과 8일 앞둔 국면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의 ‘세대 비하’ 막말 논란이 확산되자 신속하게 제명에 뜻을 모았고, 윤리위는 다음 날 제명을 의결했다. 당시 김 후보에겐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는 심야 회의를 열어 제명을 확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14일에도 전 씨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여 위원장은 “14일에 징계 결과가 나온다고 100%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전 씨가 징계에 반발해 당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 “김근식 징계하라” 역공 나선 전한길

국민의힘이 전 씨에 대한 징계를 미루는 사이 전 씨는 8일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이 ‘배신자’라고 비난했던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강성 당원들은 “당이 전 씨를 징계하려면 김 후보도 같이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오히려 격화되는 모양새다.

전 씨는 이날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김근식 후보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서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난 전 씨는 “김근식 후보가 화면으로 갑자기 전한길을 음모론자, 극우론자다 이러면서 저를 면전에서 저격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도 자신을 도발한 책임이 있어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전 씨가 관계자들과 함께 당사로 들어가려 하자 당 관계자 등이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강경 보수 유튜버들의 공동 방송에 출연해 “김 후보가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니 (당에) 책임을 물어 달라고 요구했다”며 “전 씨에 대해선 징계 중단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최고위원 후보 8인 중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후보 등 4명이 출연했다. 이에 김근식 후보는 “언론인으로 가장해 (연설회장에) 들어와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연설을 방해했다”며 “각목만 안 휘둘렀지 정치 깡패랑 똑같다”고 전 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전한길#징계#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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