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회장 출입이 금지된 전한길 씨가 12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뉴스1
“배신자 물러가라!” “민주당으로 꺼져라!”
국민의힘이 8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야유 선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불허한 가운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됐다. 전 씨가 출입 불허 조치를 수용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도 지지자들이 서로 ‘배신자’를 외치고,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는 등 이른바 ‘윤석열 어게인(again)’과 친길(친전한길) 논란을 둘러싼 내홍은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동지 등에 칼 꽂은 배신자” vs “배신자는 尹”
이날 첫 당 대표 후보 연설자로 찬탄(탄핵 찬성) 진영의 조경태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반탄(탄핵 반대) 진영의 김문수, 장동혁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들은 ‘배신자’를 외치며 거센 고성과 야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삿대질을 하거나 두 손을 들어 ‘X’자를 그려 보였고, 곳곳에선 ‘윤 어게인’ 구호가 터져 나왔다.
1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 입구에 붙은 안내문. 사전 취재 신청이 완료된 언론인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뉴스1
거센 야유 탓에 4분 만에야 입을 뗀 조 후보는 “국민을 배신하고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면서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탄 진영과 부정선거론자들을 겨냥해서도 “해당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계엄에 찬성하고 ‘윤 어게인’ 신봉하는 한 줌의 극단 세력이 빌붙어서 구차하게 표를 구걸하고 있다”면서 “한 마리 미꾸라지(전 씨)가 난동을 부렸다. 그런데도 이 거짓 약장수를 끼고 도는 사람들이 있다”고 직격했다.
찬탄파 최고위원 후보가 단상에 오를 때에도 객석에선 ‘배신자’가 연호되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전 씨가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배신자 김근식입니다”라고 입을 뗀 뒤 “배신자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데는 조폭 집단과 북한 수령제 사회”라고 받아쳤다. 최우성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타인의 자유를 파괴하는 전한길은 자유의 적”이라며 “전한길이 외치는 ‘윤 어게인’은 ‘김건희 어게인’”이라고 주장했다.
반탄파 후보들은 조 후보가 전날 내란 특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받은 것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김문수 당 대표 후보는 “내란 특검에 동조하며 우리 당을 내란 정당이라고 내부 총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신동욱 최고위원 후보는 “스스로 무릎 꿇고 특검 앞에 나가 동지의 등에 화살을 쏘는, 칼을 꽂는 사람이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불순한 세력을 척결하는 전당대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도 조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 총구를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 전한길 “나는 피해자”
이날도 합동연설회장에 방문한 전 씨는 출입이 불허되자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으로 이동해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8일 연설회에서 받은 언론인 출입증을 목에 걸고 카메라 앞에 선 전 씨는 “평당원으로서 지도부의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면서도 “친한(친한동훈)파 세력이 전한길을 내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8일 연설회에선 김근식 후보가 자신을 먼저 비방했다면서 “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전 씨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 것에 대해 “14일 윤리위 징계 심사에 적극 참여해 내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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