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징계 그친 전한길 “내부총질 세력 몰아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4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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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윤리위 “배신자 발언 먼저 안해” 경고 처분
일각 “홍준표도 당원권 정지였는데…당의 한계”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러다가 우리 당을 두고 ‘극우의힘’이라고 부를까 봐 걱정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4일 ‘야유 선동’으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55)에 대해 경고 처분만 내리자 한 재선 의원은 “전한길과 그 추종 세력들이 더 기세등등할까 봐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 지도부가 전 씨를 윤리위에 회부하며 ‘엄중한 조치’를 강조한 만큼 당초 이날 윤리위를 앞두고 당 안팎에선 전 씨에 대한 제명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윤리위가 공식 징계 중 가장 약한 ‘경고’ 처분를 내리자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란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 安 “국힘, 치욕의 날” 趙 “당 한계 보여줘”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한길 씨 징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한길 씨 징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 씨에게 중징계를 내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여 위원장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를 반대하는 쪽 당원들이 (김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하면서, 전 씨도 자신을 면전에 두고 (비난한 김 후보에 대해) 우발적으로 화가 나서 당원석으로 가서 ‘배신자’라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책임당원이 아닌 전 씨가 당원석으로 간 것은 본인이 잘못을 시인했고, 그런 부분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전 씨는 소명하면서 ‘차후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윤리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승복하겠다’는 태도였고 차분하게 입장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원이 먼저 ‘배신자’를 외쳤고, 전 씨가 이를 우발적으로 따라 한 것에 불과한 만큼 중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당규는 제명, 출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개의 징계를 규정하고 있으며 ‘주의’는 징계가 아니다. 윤리위는 전 씨의 부정선거론 등 언행이 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는 징계 요구에 없었다며 심사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윤리위가 전 씨만 두둔하면서 황당한 설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전 씨가 선동을 하지 않았다는 윤리위 설명을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이나 당원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여 위원장은 올해 초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했다. 둘은 서울대 법대 77학번 동기다.

탄핵 찬성(탄찬) 진영 당권 주자들도 윤리위 결정을 맹비난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다. 속에 천불이 난다”며 “(전 씨는) 소금을 뿌려 쫓아내도 모자란 존재이고 끊어내야 살 수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 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윤리위원들도 (전 씨와) 같은 편이라고 생각된다”며 “우리 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초 예상과 달리 가벼운 결정이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언급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 씨에 대해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윤리위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려 지도부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전한길 “친한계 몰아내고 단합 일조”

윤리위의 처분은 형평성과 비례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던 2023년 7월 수해 중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5월 태영호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 등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야권 관계자는 “전 씨가 당에 끼친 피해는 홍 전 시장이나 태 전 의원 못지않다”며 “최소한 당원권이라도 정지시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 씨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내부 총질, 해당 행위를 하는 (세력이) 친한(친한동훈)파 세력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을) 몰아내고 (당이) 한 번 더 뭉치고 단합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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