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받고 매관매직… ‘첫 영부인 구속’ 기록 쓴 김건희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8월 16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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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진척 따라 추가 권력형 비리 드러날 가능성

김건희 여사가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건희 여사가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권이 시작되면서 여의도 바닥에 무성했던 김건희 여사 관련 소문 중 하나가 당선 축하금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받은 돈에 상응하는 얼마나 많은 대가성 사업이 있었겠나. 김 여사 구속은 앞으로 밝혀질 수많은 사건의 시작일 뿐이다.”(이종훈 정치평론가)

“구속된 김 여사는 명태균 공천 개입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고 윤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다. 특검 측도 이를 염두에 두고 김 여사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여사 구속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특검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월 12일 오후 11시 58분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지난달 10일 재구속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반클리프·그라프·샤넬… 쏟아지는 의혹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8월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다.

특검은 8월 1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 여사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한 6200만 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진품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해당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내용의 자수서와 함께 진품 목걸이를 확보했다. 이 회장은 목걸이를 전달하면서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에 대한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김 여사 측은 특검 조사가 시작되자 “나토 방문 때 착용한 목걸이는 2010년 홍콩에서 구입한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 나토 참석 후 재산 신고 누락으로 고발당했을 때는 “빌렸다”고 해명한 목걸이다. 김 여사 오빠의 장모 집에서 모조품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특검팀은 이를 김 여사 측이 바꿔치기했다고 봤다. 김 여사는 영장실질심사 당시 “목걸이를 받은 적 있느냐”는 정재욱 판사의 질문에 “안 받았다”고 답했다. 대면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전공인 이창현 교수는 “진품 목걸이를 제시했는데도 수수 사실을 부인한 김 여사의 발언이 판사의 구속 판단에 결정적인 트리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특검 측은 김 여사가 4월 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인용되기 직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파면 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영장실질심사에서 강조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전 행정관들이 특검 수사 전에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 역시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다.

‘집사 게이트’ ‘관저 이전 특혜’ 수사 속도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외에도 김 여사는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여러 명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22년 4월 건진법사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8200만 원대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받은 의혹도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22년 9월 5000만 원대 바쉐론콘스탄틴 시계를 수수한 의혹도 조사 중이다. 대통령집무실 경호용 로봇개 수의계약을 맺은 서모 씨가 이를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22년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62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착용하고 참석한 김건희 여사. 뉴시스
2022년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62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착용하고 참석한 김건희 여사. 뉴시스
수사 개시 42일 만에 김 여사를 구속한 특검은 이제 1차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여사 신병이 확보된 만큼 영장에 적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특검은 김 여사가 측근 계좌를 사용해 차명 거래를 한 내용의 녹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태균 공천 개입과 관련해서도 여론조사 횟수를 58회로, 이에 따른 비용을 2억7000만 원으로 특정하고 명 씨를 소환조사했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의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 아이엠에스모빌리티가 자본잠식 상황임에도 대기업으로부터 184억 원 투자를 받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 역시 특검의 집중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8월 12일 오후 ‘집사 게이트’ 키맨으로 꼽히는 김예성 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해 조사에 들어갔다. 14일에는 김 여사를 구속 하루 만에 소환 조사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20일 내 기소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기소에 필요한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2018년 ‘드루킹 특검’ 당시 특검보를 지냈던 박상융 변호사는 “수사도 중요하지만 이후 공소 유지도 중요하다”며 “기소 후에는 변호사도 수사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만큼 증거가 꼼꼼하게 정리돼야 하고 증인들의 진술 번복 가능성도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2호에 실렸습니다〉

#김건희#구속영장#특검#윤석열#정치자금법#반클리프아펠#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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