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기 행사장에 정당 대표 총출동
여야, 눈도 안마주치고 못본척 외면
與, 연일 김형석 겨냥 ‘역사 전쟁’
野 전대 이후에도 협치 쉽지않을듯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정 대표와 송 위원장은 악수는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늘 당신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말하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통령님의 포용과 관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16주기 추모식에서 여야 대표는 추도사를 놓고 이같이 신경전을 벌였다. 사흘 전 광복절 경축식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여야 대표는 나란히 앉았지만, 추모식 내내 ‘악수 패싱’은 물론이고 시선을 돌려 서로를 못 본 척하며 외면했다.
● 鄭 “내란 종식” vs 宋 “DJ 정치보복 없다 약속”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 대표와 송 비대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 주요 정당 대표가 총출동했다. 이날도 맨 앞줄에 나란히 앉은 정 대표와 송 비대위원장은 악수도, 눈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두 사람은 추도사를 통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먼저 연단에 선 정 대표는 “1980년 광주가 2024년 12·3 내란을 몰아냈다”며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민주권주의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이미 우리 국토 곳곳의 거리와 식당에서 피어나 있다”며 “누가 완전한 내란 종식 없이 이 사태를 얼버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송 비대위원장은 “김대중 리더십을 되새겨야 한다”며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편을 가르고 정치보복과 진영 갈등을 반복해서는 결코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한 정치보복은 없다는 약속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지키셨다”고 했다. 정 대표의 면전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등 김 전 대통령의 생전 통합 행보를 거론하며 여당의 대야 강경 노선을 비판한 것. 송 비대위원장의 추도사 발언 도중 행사장 객석에선 “조사나 받으시라” “조용히 하세요” 등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野 전대 이후에도 협치는 악화일로 전망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파면을 촉구하며 ‘역사 내란 세력 척결’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김 관장의 ‘광복은 연합군 선물’이라는 망언은 참담하다”며 “역사 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해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역사 왜곡이자 헌법 정신 부정”이라며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1년”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두고 여야 대치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달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을 처리한 뒤 추석 이전 검찰 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10, 11월 종료되는 ‘3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추진할 태세여서 6·3 지방선거까지 극한 대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반탄(탄핵 반대)파’ 당권 주자들이 당권을 쥘 경우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정 대표를 겨냥해 “미국 대사관저에 불을 붙인 방화, 테러, 폭력사범”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장동혁 후보도 “정 대표가 저희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원칙론적으로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고 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때 저희들은 잘하기 경쟁을 했던 것 같은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참으로 가관”이라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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