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왜 이러나…李정부에 ‘강공 드라이브’ 먹힌다 판단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0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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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유화책 “허망한 개꿈” 비난 닷새만에
“이재명은 역사의 흐름 바꿀 위인 아니다”
‘비난 수위 높일수록 더 많은 양보’ 계산
긴장 책임 南에 돌리며 도발 명분도 쌓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19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화해 정책을 폄훼하면서 또다시 대남 비난전의 전면에 나섰다.

앞서 14일 이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허망한 개꿈”이라고 비난한 지 닷새만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대남 길들이기’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한편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해 대남 비방·비난전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은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 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여정은 이 대통령이 18일 을지국무회의에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한 모두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직격했다. 또 “이재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도 비난했다.

앞서 11일에는 노광철 북한 국방상의 한미 을지 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 비난 담화를 포함하면 이달 들어 세 차례에 걸쳐서 북한 고위급의 대남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철거, UFS 연습의 야외기동훈련 절반 연기 등 이재명 정부의 잇단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대남 비난 공세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가 먹힌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고위급이 전면에 나서 대남 비난 수위와 강도를 높일수록 이재명 정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

실제로 북한의 잇단 비난 공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북 유화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군 안팎에서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포사격과 기동 훈련이 조만간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당분간 직접적 도발보다는 대남 비방과 비난전의 수위를 높이는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남북 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면서 도발 명분도 쌓은 ‘이중포석’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껏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대북 정책 기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기습 도발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여정#북한#대남길들이기#강공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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