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부치’ 담긴 17년만의 한일 문서… ‘이재명-이시바 선언’ 이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3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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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열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일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3일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 후 2000자 분량의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동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고 한다. 한일정상회담 뒤 결과를 공동 문서로 발표하는 것도 17년 만에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공동언론발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공개된 발표문에는 특히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담겼다. 일본의 사죄와 협력 확대 원칙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시바 총리가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일 셔틀 외교가 재개 됨에 따라 한일 관계 협력 비전을 담은 ‘이재명-이시바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양국 정상이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 협력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 출범, 워킹 홀리데이 참가 횟수 확대 등 인적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함께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발표문에 5가지 합의 사항이 담겼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함을 확인했다. 특히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이나 러북 간 군사협력의 심화에 대해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함께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중국을 염두에 둔 듯 “힘 혹은 위력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강화’도 포함됐다.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운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안보·경제안보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정상 및 각급 차원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함께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 및 공동 과제 대응도 발표문에 담겼다. 수소·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을 더욱 확대하고 인구감소, 지방활성화,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엔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인적교류 확대는 한일 청년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발표문에는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사회를 체험 및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토대를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을 기존의 총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담겼다. 또 양국관계의 긍정적인 기조 하에 올해 6월에 실시한 한일 양국 전용 입국심사대 운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을 위해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함께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 대통령은 “저와 이시바 총리는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일본이 의장국을 맡은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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