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만찬에 李고향 ‘안동소주·찜닭’…이시바 ‘트럼프 상대법’도 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4일 10시 18분


코멘트

위성락 “양국 정상 3시간 넘게 대화 나누며 소통 강화…
한일 셔틀외교 복원-한미일 삼각공조 틀 단단히 다져”
만찬뒤 양국 정상 부부 장소 옮겨 별도 친교 시간 가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에 동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전날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미일 삼각공조의 틀을 단단히 다졌다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이날 도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소인수 회담은 원래 20분 예정이었지만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로 1시간 동안 이어졌다. 확대회담에서는 한일 관계 전반과 실질 협력 방안, 글로벌 주제 등을 폭넓게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방일 성과에 대해 “취임 두 달 만의 일본 방문으로 셔틀외교를 조기 복원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기쁜 서프라이즈’라며 놀라움을 표했다”며 “일본과 미국을 연계한 순방으로 한미일 협력을 실현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은 회담과 만찬을 포함해 약 3시간 30분간 대화를 나누며 소통 강화에 합의했다”고 했다. 소인수 회담에서는 한일 관계의 미래 방향과 국민 정서,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으며,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과거사 현안은 “구체적 사안보다는 현재와 미래 협력을 추동할 수 있는 접근법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며 “이시바 총리가 한국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과 존경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확대회담에서는 수소·AI 등 첨단산업과 경제 협력, 저출산·인구 감소·농업·방재 분야 협의체 출범 등에 합의했다. 또한 정상 셔틀외교 재개와 함께 경제·사회·문화·안보·청정기술 등 각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워킹홀리데이·전용 입국심사대 확대 검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17년 만에 공동 발표문도 마련됐다. 위 실장은 “당초 실무진은 문서 채택을 검토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셔틀외교 재개의 의미를 공식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위 실장은 “미국과 관련된, 또 관세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주로 일본의 경험, 일본이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얘기하는 방식이었다”며 “우리 대통령께서 추가 질문도 하고 토론들이 있었다. 마침 오늘부터 그 길을 향해 떠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25. 8. 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 실장은 “친교 만찬에선 정상 내외분과 공식 수행원까지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만찬엔 회담 참석한 외무대신 외에도 방위대신, 관방부장관, 총리 안보보좌관 등 측근 정치인 관료 들이 대거 참석했다. 메뉴는 이시바 식 카레를 내놨다. 인터넷에도 많이 알려진 메뉴”라고 전했다.

또 위 실장은 만찬에서 일본 측이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며 “우선 한국과 관련된 소재들이 많이 나왔다. 주류로 안동소주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 돗토리현 맥주를 나란히 배치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외에 안동 찜닭도 나왔고, 한국식 장어구이도 있었다”며 “한국식 장어구이는 장어 위에 김치 고명을 놓았더라. 한국식 해조류도 있었고, 이 대통령이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오카야마산 백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만찬 대화 주제는 아주 다양했다”며 “정치인 가족으로서의 애환, 정치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 SNS 활용에 대한 얘기, 지도자와 각료들 간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요시코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친교의 시간을 갖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 8. 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공식 만찬이 끝난 뒤에는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이시바 총리 내외까지 4명만 장소를 옮겨서 별도의 친교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위 실장은 “만찬은 1층에서 했고, 일본식 다다미방이 있는, 일본말로 ‘화실’이라고 하는 곳에서 양국 정상 내외가 식후주를 함께하며 친분을 더욱 돈독히 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만찬 이후 친교 시간을 통해 두 정상 간 교분이 깊어졌다”며 “대화 도중에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을 읽었다는 말씀도 했다. 그 책은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는 한국어판의 일본어 번역본인데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서명해달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어제 정상회담 후 내외분과 수행원들이 함께하는 친교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 현에서 만든 다이산 맥주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나는 안동 소주가 마련돼 일본 측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가 있었다. 그 외에도 양국의 발전과 우정을 기원하듯 일본 고유의 음식과 한국의 김치가 한데 어우러진 따뜻한 만찬이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 시절 내내 카레를 즐겨 먹었다는 이시바 총리의 얘기에 이 대통령은 당시 일본의 유명 걸그룹인 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이시바 총리가 한국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시된 모든 라면을 다 가져오려고 했지만 부피가 너무 커서 포기했다고 덧붙였다”고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김혜경 여사는 이시바 총리가 당선될 때 부인 요시코 여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인 공감대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 측 배석자들은 선거에서 역전해 이시바 총리가 승리했을 때 여사뿐만 아니라 모두가 울컥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만찬 말미에 이시바 총리가 일본 에도시대의 평화 속에서 조선 통신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하자 이 대통령은 셔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발표문에 담긴 것처럼 지방 소멸 문제와 저출생, 고령화, 자살 문제 등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할 공통 과제가 많다면서 다음에는 서울 외에 한국의 다른 도시를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정서적인 부분도 잘 헤아려야 두 나라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함께 할 일이 많으니 서로 이해의 폭을 더 넓히자고 제안했다. 만찬 후에는 두 정상 내외가 통역만 동행한 채 약 30분간 내외간 친교 행사를 이어가며 더 깊은 교감과 친분을 나눴다.

#이재명#이시바#일본#한일정상회담#위성락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