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25 대통령실사진기자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통상·안보 협상과 관련해 “그 과정이 매우 힘든 건 분명하다”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힘든 줄 알면 또 대비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 간 통상·안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국제 통상, 또 외교·안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과할 만큼 국가 중심, 자국 중심 시점이어서 우리 역시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상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이)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최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어려운 것”이라며 “입지가 과거보다는 많이 어려워진 게 객관적이고 사실인데, 그런 어려움조차도 이겨내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하나의 주권 국가이고, 주권국가에서 우리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대화도 그리 무리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합의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이 타결됐음에도 미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그런 문제도 (관세협상) 당시 다 논의된 것이고, 이미 큰 합의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상호 승인해 내용이 정해졌는데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미 양국은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미국 측 시각이 분명히 있고, 그래서 조금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의 각 부처 단위로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면서 “언제나 자국 이익을 극대화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구를 하기 마련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대한민국에 유리한 새 의제를 제기하거나 쉽지는 않지만 기존 합의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노력을 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해서 일단 한 합의를 쉽게 뒤집거나 바꾸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유연화 요구 있지만 쉽게 동의 어려워…험악하진 않다”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 의제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측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 등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면서도 “쓰는 단어들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 것들은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기 때문에 (논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동맹 현대화라는 큰틀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인태 지역에 대한 개입 여지는 열어두지 않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 측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2006년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기초로 동맹현대화 의제를 풀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부분은 대한민국의 중요 과제”라면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도 양국이 논의 중인 현안“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말하긴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사안에는 말을 아꼈다. 우리 정부는 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문제도 의제로…”길 한번 만들어 봐야“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도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며 ”그 얘기는 누가 하든지 아마 한 번쯤은 해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길을 한 번 만들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회담 의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할 수도 있고, 제가 제기할 수도 있는데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다. 나쁜 얘기 아니면 다 해봐야죠.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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