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세워진 경호차량 앞에서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물꼬를 트기 위한 공조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행 기내간담회에서 ‘동결-축소-폐기’의 3단계 북핵 로드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한 합의의 핵심적 내용”이라며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길은 만들어 봐야”… 3단계 비핵화 재확인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대한민국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회담 의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할 수도 있고 내가 제기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온다면 나쁜 얘기 아니면 다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하든지 한 번쯤은 해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길을 한번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규정하며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해 왔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일각에선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 패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간 비핵화를 포함한 대북 정책 조율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것.
이 대통령은 비핵화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한 핵 동결과 축소 등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이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멈추고, 축소하고, 종국엔 비핵화로 나아가자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핵심”이라며 “북한도 멈추고 축소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핵화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충돌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말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질문엔 “불신과 적대감,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주변국 관계 모든 면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상황이 안 좋다”며 “총력을 다해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포기하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돼 버리고 우리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비핵화 대화 의지를 꺼낸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 “김여정, 내가 위인되기 바라나 보다”
이 대통령은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위인 되긴 어렵다’고 한 데 대해선 “복선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위인 되기를 기대하나 보다 생각이 얼핏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북한을 심히 자극했던 것 같은데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한편으로는 한다”며 “그렇다고 그쪽 편드는 종북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비상계엄을 발동하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북한의 날 선 반응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고 지적한 것.
이어 “김 부부장이든, 김 위원장이든 그들의 입장이 있을 테니까 그 입장을 고려해 강력한 국방력, 억제력을 기반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지를 묻는 질문엔 “초청은 곧바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어렵고 긴 길이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끊임없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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