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트럼프 정상회담]
트럼프 “김정은 올해 만나고 싶어”… 李 “한반도 평화 새 길 열어달라”
트럼프에 ‘주한미군 감축’ 묻자 “아니다, 부지소유권 요구할 것”
트럼프 “한국, 교회-美기지 수색, 숙청-혁명 상황” 회담직전 SNS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낮 12시 32분경 백악관에서 만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왼손을 이 대통령의 오른쪽 팔에 갖다 대며 친근함을 표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이후 캐비닛룸으로 장소를 옮겨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갔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의 적절한 대북 정책을 통해 (한반도 상황에) 조금 더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되겠다.”(이재명 대통령)
25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 마주 앉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 대화하며 이렇게 서로를 추켜세웠다.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정책을 위한 한미 공조와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 트럼프 “김정은과 올해 만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백악관 입구에 나와 이 대통령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이 대통령과 5초가량 악수를 나눈 뒤 “우리는 훌륭한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매는 붉은 넥타이를 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에서 이 대통령과 마주 앉아 “한국에서 추가 관세 협상에 대해 관심 있다고 한다”면서 “원한다고 다 줄 것은 아니지만 요청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핵심이 된 조선 협력을 거론하면서 “선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선박을 하루에 한 척 만들었다. 지금은 퇴색한 상황이다”면서 “한국과 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얘기하자”면서 B-2 폭격기의 성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관세 협상이나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아주 두터운 관계를 갖고 있다”며 “김정은을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북한과 한반도가 안정적이었다. 대통령께서 미국 정치에서 물러난 이후 북한에서 미사일 개발, 핵폭탄도 늘어났고 진전 없이 한반도 긴장도 늘어났다”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안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냐’는 질문엔 “아니다”라며 “우리는 친구”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대면을 3시간 앞두고 돌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에)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곳에선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전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 질의에 “한국의 신정부가 교회에 대한 매우 악랄한(vicious) 압수수색이 있었고, 그들은 심지어 우리 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얻었다”면서 “나쁜 말을 들었지만 사실인지 알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내란 특검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사실 등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3대 특검’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경제·통상 관계와 연계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판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미 투자펀드나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것. 이번 회담 직전까지 한미는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을 두고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중심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직접투자 비중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4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내 간담회에서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에 유리하게 된 것 아니냐는 미국 측의 시각이 분명히 있고, 조금 (합의 내용을)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 부처 단위로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 입장은 이미 큰 합의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한미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일방적으로 바꾸자는 것을 우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합의가 된 것을 쉽게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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