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탐낸 펜 “구면이었네”…국빈방문때 “서명한 그 펜”

제나일 대표 “벌써 주문 폭주…갑작스러운 인기에 얼떨떨”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방문 시 서명식에 사용했던 제나일의 펜. (제나일 홈페이지 갈무리)

“갑자기 너무 많은 전화와 주문이 쏟아져 정신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국산 펜’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전통 문양과 각인까지 새겨져 있던 펜의 제조사가 국내 수제 만년필 제작업체 제나일(Zenyle)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 벌써 주문폭주가 일어나면서 온라인 주문이 막힌 상태다.

김용현 제나일 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갑작스러운 관심과 주문 폭주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갈색빛이 도는 펜으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펜에 큰 관심을 표하며 “저기 (사인에 사용하는)펜이 이재명 대통령의 펜인가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네. 가져온 펜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가실 겁니까”라고 농담을 건넸고, 이 대통령은 미소를 띠며 두 손으로 트럼프에게 가지라는 제스처를 보이며 즉석에서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두께가 아름답네요”라고 평가하면서 대통령실 로고가 박힌 펜과 펜 케이스를 들어보이며 “Oh, it‘s nice(정말 멋지네요). 이게 어디서 만든 건가요?”라고 재차 관심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한국에서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하시는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이 펜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구면‘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시기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식에서 제나일의 서명펜을 사용했다.

지난 2017년 11월 7일과 8일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서명식을 하는 모습. 제나일 펜으로 서명을 했다.(트럼프 대통령 SNS 갈무리)

제나일은 장인이 원목을 다듬어 만든 펜으로 유명하다. 제품에 따라 올리브, 장미 등 소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야자수 잎 추출 왁스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판매용 제품의 경우 가격이 8만 원대부터 10만 원 후반대까지 다양하다.

김용현 제나일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용한 제품은 기존 판매용과는 다르다. 7월 초 연락을 받아 8월 중순까지 작업한 것”이라며 “정확한 재료 등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기존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작업을 해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나일에 따르면 해당 펜 심은 시중에 판매 중인 모나미 네임 펜을 다듬어 넣었으며 펜 케이스에는 태극 문양과 봉황이 각인돼 있다.

제나일의 만년필 제작 수공예 과정(제나일 홈페이지 갈무리)

이 대통령이 선물한 펜의 제조사인 제나일은 보도 이후 주문 폭주에 행복하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갑자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전화 폭주로) 주문을 닫아놨을 정도”라고 멋쩍게 웃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