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으로 ‘혈맹 관계’…1992년 한중 수교로 소원해지기도
지난해 ‘우호의 해’ 특별한 이벤트 없어…中 전승절 이후 기류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스1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베이징행을 택했다. ‘조중(북중) 우호의 해’였던 지난해도 속도를 내지 못했던 양국 관계가 이번 김 총비서의 방중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국가의 각 지도자 교체와 국제 정세 변화를 기점으로 그간 오르락내리락했던 북중 관계를 정리해 본다.
한국전쟁 ‘혈맹’ 관계됐지만…‘자주외교’로 친중파 제거한 北
한국전쟁 시 붕괴 직전의 김일성 정권을 구한 건 중국 인민지원군이었다. 중국은 연인원 60만~70만 명을 투입했고 전사자는 18만 명 이상으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도 전선에서 숨졌다. 이를 두고 ‘국공내전’ 당시 김일성 정권의 지원에 대한 보은이라는 해석이 따라붙으며 양국은 혈맹 관계를 굳혔다.
전쟁 직후 1956년 ‘8월 종파사건’과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의 파고에도 관계는 유지됐고 1961년 7월 베이징에선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골자로 한 ‘조중 우호협력 원조조약’이 체결됐다.
다만 북한은 북중 갈등·중소 분쟁을 거치며 ‘자주외교’ 노선을 추구하게 됐고,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해 인적 기반 정리에 나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 내정 직후 권부 곳곳의 ‘빨치산 유자녀’ 중 핵심 소수를 빼고 대부분을 지방으로 내보냈는데, 상당수가 중국 연고였던 만큼 사실상 중국 인맥이 다수 정리됐다.
한중 수교로 소원해져…김정일 방중으로 정치 동맹 넘어 ‘경제 밀착’
이후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하에 순조로운 듯했던 북중관계는 1992년 한중수교로 다시 얼어붙었다. 당시 구소련 붕괴 이후 북한 경제는 난국에 직면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도 이때 봉착한다.
그러다 2000년 김 위원장은 중국을 전격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때이기도 했다.
노동신문 2022년 12월 3일자에 실린 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을 애도하며 주북 중국대사관에 보낸 화환.(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두 국가는 경제 밀착 행보가 두드러졌고 어느 정도 북한 내부 경제문제는 일부 해결됐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두려워하게 됐다. 이후 2011년 말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직에 올랐고 한동안은 순탄했다.
그러나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김 총비서가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북중 관계는 소원해졌고,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엔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한반도 봄’ 기간 4번 정상회담…中, 북러 밀착에 거리두기하다 전승절에 초대
2018~2019년 김 총비서는 2018년 3·5·6월과 2019년 1월, 모두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하며 돌연 두 국가 간 관계가 최고조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그 사이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에 각각 1·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인 2019년 6월에는 시 주석이 평양을 찾았다.
그러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양국의 물리적 교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2년 화물열차가, 2023년 항공 노선이 제한적으로 재개되며 대면 교류가 서서히 복원됐다.
노동신문 2024년 4월 12일자에 실린 사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후 지난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양국은 ‘조중 우호의 해’를 선언했다. 이로써 대대적인 인적교류 등 활발한 접촉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의미한 이벤트 없이 비교적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관광이 이뤄졌지만,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국하지 않다는 것도 ‘이상기류’ 징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북이 러시아에 무기나 포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병력까지 파병하며 북러 간 군사 밀착이 강화됨에 따라 ‘북중러’ 3국 구도가 굳어지는 것을 중국이 부담스러워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북중 관계는 올해 들어 점차 회복세 기류가 감지되고 있으며, 이달 주북 중국대사관 전승 기념행사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북·중이 김정은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동시 발표하며, 그간의 갈등과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관계 회복의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격상될지, 이른바 북·중·러 구도가 공고화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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