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당 성추행’ 파장 커지나…“피해자 절규 외면” 강미정 탈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4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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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로부터 지속적 성추행 당한 당직자
결국 당 떠나…도와준 분들은 징계 받아
문제 제기에 ‘배은망덕 종파주의자’ 조롱도”
조국당, 피해자 구제절차 거쳤다며 반박
“조력자 징계, 불법 녹음행위에 대한 것”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04. 뉴시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04. 뉴시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당내 성추행 피해자들의 절규를 당이 외면했다며 4일 탈당을 선언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강 대변인은 이정섭 검사의 처남댁으로, 남편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조국당이 창당한 지난해 3월 입당했다.

이에 조국당은 “피해자 요구사항을 수용한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강 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국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말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답을 미뤘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던 시선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국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5월 상급자 김모 씨로부터 10개월간 수차례에 걸쳐 신체적 접촉과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9.04. 사진공동취재단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9.04. 사진공동취재단
강 대변인은 당이 피해자들을 도운 이들을 되레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달 당을 떠났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1일 제명됐다.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며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라고 조롱했다. 문제제기는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됐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러한 발언 과정에서 울먹이며 눈물을 삼켰다.

강 대변인은 조 원장이 출소한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우리는 (조 원장)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다”며 “그러나 이제는 깨달았다.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라고 했다. 조 원장은 당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조 원장에게)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그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했다.

조국당 측은 강 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하며 유감을 표했다. 조국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외부기관이 조사를 전담했고, 당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권특위의 점검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사실과 상이한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또 괴롭힘 신고 조력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당사자 동의 없는 녹음을 해 괴롭힘 주장 당직자에게 제공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의거 불법 녹음행위와 제3자 제공에 대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감봉 징계를 의결한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당 위원장 제명 건을 두고는 “자신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당 사무처장 등 3인을 독안적으로 해임하는 등 당내 민주적 정당질서에 현저하게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고 했다.

조국당 윤재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들이 당을 떠났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일방적 주장”이라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당과 맺었던 계약기간의 종료 시점에 당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요청이 있어서 그대로 하는 등 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나온 자리에서 ‘당내 성비위 문제 알고도 침묵한 게 맞나’ ‘사면 이후에 아무 입장 안 내신 이유가 무엇인가’ ‘이 문제 인지하고 계셨나’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불평등 관련돼서 말씀 많이 하셨는데 당내에서 이런 일 일어나신 것에 대해 입장 밝혀달라’는 물음에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다음에 기회를 갖겠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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