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운영, 기후환경에너지부가 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조직법 개정안… 수출은 산업부
與서도 “원전 위축-정책 혼선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원자력발전 운영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확대 개편되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원전 해외 수출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 방식으로 원전 정책을 이원화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은 물론 원전산업정책국의 국내 원전산업 육성과 운영 업무를 기후환경에너지부로 넘기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에는 원전산업정책국의 원전 해외 수출 파트와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을 남긴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수급 계획과 원전 건설·운영 등에 대한 결정은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주도하고 산업부는 원전 수출 업무만 맡게 되는 것.

원전 정책 이원화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원전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규제 부서인 환경부가 국내 원전을 맡게 되면 어떻게 수출할 만한 기술 역량을 육성할 수 있겠나”라며 “양심을 걸고 용납 못 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서도 여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에서 산업부, 환경부 등 정부의 입장을 듣고 최종 방안을 결정한 뒤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원전 담당 이원화 與도 비판… “수출 경쟁력 추락, 전기료 뛸것”


與, 환경부-산업부 분리안 제시
규제부처 환경부가 컨트롤타워
신규 건설 어려워져 생태계 위축
“전기료 부담에 AI 산업 등 위태”

더불어민주당이 에너지정책 총괄과 국내 원자력발전소 정책을 환경부를 확대 개편한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맡기고 산업통상자원부엔 원전 해외 수출을 맡기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 부처들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가 원전 건설·운영을 총괄하게 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 “산업전기료가 크게 올라 반도체 등 국내 산업기반이 위태로워질 것” 등의 비판이 나온다.

● 환경에너지부에 국내 원전 건설·운영 넘겨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3일 의총에서 제시한 ‘기후환경에너지부’ 설립안은 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과 국내 원전 정책 부서를 환경부에 넘기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그 대신 원전 해외 수출을 전담하는 원전전략기획관과 석유 석탄 가스 광물 등 해외 자원을 맡는 자원산업정책국은 산업부에 남기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정책은 기후환경에너지부, 원전 해외 수출은 산업부로 컨트롤타워가 이원화되면 전력의 31.7%를 책임지는 원전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중심의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전력기본수급계획을 짜고 원전 건설·운영을 맡으면서 원전 신규 건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부가 올 3월 공고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선 2038년까지 10.3GW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해 2038년까지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기후환경에너지부가 2026년 발표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가 원전 정책을 쥔다면 새 원전을 안 짓고 기존 원전도 규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 생태계가 위축되면 한국 원전의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도 원전 수출 상대국 쪽에서 ‘너희는 원전 안 짓겠다면서 어떻게 수출할 거냐’라는 질문이 쇄도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생에너지 중시 정책 본격화에 전기요금 상승 우려

정부조직 개편으로 에너지 정책의 지휘권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넘어가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에너지 정책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산업,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해선 막대한 추가 전력 생산이 필요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다 합쳐도 10%를 이제 갓 넘겼다”며 “이걸 확 늘려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을 수급하겠다는 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단기간에 늘리려고 값싼 해외 설비를 대거 들여와 설치하는 데 주력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상당수도 기후환경에너지부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국내 일자리가 걸린 중차대한 일이라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후환경에너지부 개편안을 조율하고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기후환경에너지부#산업통상자원부#원전 수출#재생에너지#원전 생태계#에너지 정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