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월 당 창건일 맞춰 발사…사거리 연장·다탄두 탑재 능력 과시 예상
내부 결속 다지고 ‘핵 보유’ 기정사실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관 아래 미사일총국이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고체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지난 8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새 미사일 엔진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개발을 완료했다고 9일 발표했다. 북한은 새 엔진이 아직 미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에 사용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곧 신형 ICBM의 시험발사를 단행해 내부 결속과 핵 무력 역량 과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1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8일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진행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해당 시험을 참관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이번 시험이 ‘마지막 시험’이라고 언급해 새 엔진 개발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또 이 엔진의 추진력이 1971kN(킬로뉴턴)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수준의 엔진은 약 200톤(t)의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31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르면 다음 달 발사 가능성…사거리 연장·다탄두 탑재 능력 확보 과시
김 총비서는 지난 1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방문하기 직전에도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새로 개발 중인 엔진이 ICBM ‘화성-19형’ 계량형과 신형 ICBM ‘화성-20형’에 활용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새 엔진 개발이 완료됐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실제 발사’를 통해 성능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과정만 남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이 새 엔진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거나 개발된 것으로 파악된 뒤 1~4개월 이내에 ICBM 발사가 이뤄졌다며 이르면 다음 달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에 ICBM 발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화성-19형의 개량형과 화성-20형의 첫 시험발사를 모두 연내에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강조한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가볍고 강도가 뛰어나며 고열을 잘 견디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엔진 케이스 제작에 활용할 경우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통해 북한이 사거리 연장과 함께, 다탄두(MIRV) 탑재 능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사용한 엔진 개발이 실제 성과를 거뒀다면, 연료통의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발사체의 사거리를 연장하는 데 용이하고, 탄두 중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다탄두 탑재 후에도 북한이 전략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형 엔진은 ICBM뿐 아니라 정찰위성 발사용 신형 발사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1월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뒤 아직 추가 발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ICBM과 우주 발사체의 작동 원리는 동일 선상에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 새 엔진 개발을 기점으로 정찰위성 발사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소섬유 고체 발동기는 기존 금속 기반 엔진보다 경량화와 효율성을 높여 소형 위성 발사체 또는 ICBM의 사거리와 정확도를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탄소섬유 소재는 비용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충족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결속 다지고 북·중·러 밀착 속에 ‘핵 보유’ 기정사실화
북한이 이 시점에 신형 엔진 개발을 공개한 것은 정치외교적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이라는 상징적인 해로, 북한은 연초부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해 왔다. 동시에 2021년에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목표를 마무리해야 하는 해로, 관련 사업이 성과를 냈음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등 북한의 ‘적대국’을 향한 메시지 발신과 향후 협상을 대비한 ‘카드 쌓기’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뒤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1월부터 대화와 협상으로 대외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9형’을 발사하며 ‘최종완결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다시 신형인 ‘화성-20형’이 언급된 것은 단순한 국방력 강화 행보만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울러 최근 중국의 전승절 참석과 북중러 밀착 과시 등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 용인’을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ICBM 개발은 중국이 굉장히 민감해하는 부분인데, 전승절 앞뒤로 계속 이런 행보를 과감하게 보이는 건 전승절을 기점으로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일정 부분 묵인하거나 양해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설령 중국의 묵인이 없더라도, 북한이 전승절을 기회로 삼아 자신의 핵보유국 위상을 마음껏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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