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인대 부위원장, 9·9절 축원하며 ‘9차 당 대회 설계도’ 언급
北, 중국에 대외 전략도 공유 가능성…한중 전략 소통 폭 넓혀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새로 논의·확정할 사안들의 기본적 방향성을 중국에 이미 공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향후 북한의 대외 노선 결정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더 중요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주중 북한대사관이 지난 8일 주최한 9·9절(정권수립기념일) 77주년 경축 연회에 참석한 장칭웨이(張慶偉)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앞으로 진행되게 되는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제시하는 설계도 따라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가일층 열어나가길 충심으로 축원한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기념 인사를 넘어 북한의 노동당 대회가 내놓을 ‘설계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측은 지난 2월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연회에서도 “당 제9차 대회를 승리적으로 맞이할 것을 충심으로 축원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엔 주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이 연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그러나 ‘설계도’라는 발언은 ‘승리적 개최’라는 축원의 의미를 넘어, 당 대회에서 채택될 구체적 노선이나 청사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북한이 9차 당 대회를 통해 향후 외교·경제·군사 방침을 재정립하려는 과정에서 중국과 밀도 높은 사전 협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역시 북한의 노선을 적극 지지하며,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북측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정황은 한국에도 큰 함의가 있다. 북한이 새 대외 전략을 중국과의 공감대, 교감 속에서 구상하고 있다면,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북한의 향후 방침을 미리 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 만에 만나 한반도와 국제·지역문제 등을 두루 논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전략적 소통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국의 사회주의 공동사업을 진전시키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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