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과 마주앉을 일 없어…통일을 왜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2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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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연설 ‘적대적 두 국가론’ 부각
“트럼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
비핵화 목표 포기한다면 만날 수 있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는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다”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에 대해서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화 손짓에는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이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전했다. 이어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조선반도에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이 첨예하게 대치돼온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북한이 2023년 말부터 꺼내온 ‘적대적 두 국가론’을 부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통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며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국과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완전한 집착과 집념의 표현일 뿐, 그렇게 고집한다고 현실적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느냐”고 말했다.

2022년 9월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있다.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선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한에 대화 손짓을 보내왔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만남에 ‘비핵화 목표’ 포기를 조건으로 뒀다. 그는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 등을 주고받는 등 교류했던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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