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회담 신호 보낸 김정은]
李, BBC에 “北핵무기 年15기 추가… 북핵 동결 응급조치로서 현실적”
김정은 “비핵화, 영원히 없을 것”
“비핵화 없인 核용인 신호 줄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동결에 대해 “잠정적 응급조치로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 개발과 비핵화 사이 북-미가 협상 가능한 이른바 ‘중간지대’를 구체화한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비핵화 협상 절대 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핵 고도화와 북한의 남북, 북-미 대화 거부로 한미가 유지해온 비핵화 목표가 흐릿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李 “핵 동결이 현실적 대안”
이 대통령은 1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핵화 약속을 하지 않은 북-미 합의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일종의 잠정적 응급조치로서 핵·미사일 개발을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 자체도 군사안보, 평화 측면에서 유익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게 ‘최종 합의’라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잠정적으로야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면서도 “북한은 체제 안정이라는 현실적 목표 때문에 결코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1년에 15∼20기 정도의 핵무기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면서 “완전한 최종 목표를 위해 성과 없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냐,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이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핵 고도화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미가 추진했던,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제재 완화를 한 번에 맞교환하는 빅딜(big deal)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다. 취임 이후 ‘핵 개발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공식화한 이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해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북한이 남북 대화 재개에 호응하지 않는 가운데 향후 소통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북-미 대화 기준점을 제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핵 협상을 추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 “비핵화 없는 핵 동결 수용, 北 핵보유국 인정 신호 줄 수도”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 동결을 포함한 3단계 로드맵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 국회 격) 연설에서 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우리와 마주 앉을 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 손으로 허물어 버렸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핵 보유를 그 어떤 경우에도 다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공화국의 최고법에 명기한 것”이라며 “이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비핵화가 의제에서 제외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가 북한에 핵 동결 및 군축 협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국제사회가 그간 유지해온 비핵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북핵 협상 구도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단계별 비핵화는 결국 그 중간 과정에서 북한에 퍼주고 싶다는 뜻이며 문재인 정부처럼 자진해서 속아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김정은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바라던 방향 그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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