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다음 달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전 국민 대청소 운동’에 대해 “국민을 동원 대상으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위기 앞에서 정부가 단발적인 ‘청소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머슴으로 보는 행태”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충형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전 국민 대청소 운동을 두고 “과거 학생 시절이나 군 복무 시절 ‘지체 높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벌였던 기억을 소환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방미를 앞두고 “오늘(22일)부터 10월 1일까지 10일간은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이라며 “전 국민 대청소 운동”을 제안했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자신은 아쉽게도 유엔총회 일정으로 인해 대청소 운동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며 “‘내가 해외 나가 있는 동안 국민은 열심히 청소하라‘라는 식으로 들린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전체주의나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을 법한 국민 동원 캠페인”이라고도 했다. 그는 “앞서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도 관광 진흥을 위해 ‘전국 단위로 청소를 좀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때도 대청소 운동을 벌였다”며 “과거 중국이 인민들을 광범하게 동원했던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8/뉴스1이 대변인은 “국민을 동원 대상으로 생각하는 국가 지도자의 인식”이라며 “우리나라가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한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제 캠페인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해야 하는 시민 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의 순수한 노력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상’ 때문에 빛이 바랠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대청소’해야 할 것은 야당을 말살하고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정부 여당의 잘못된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 손님들이 오니 국민에게 길거리에 나가 미리 청소하라’고 시킬 일이 아니다”라며 “세계인들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법치주의부터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전날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부터 10월 1일까지 10일간은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이라며 “깨끗한 국토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 명절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대한민국, 깨끗한 국토에서 가족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전 국민 대청소 운동”이라며 “특히 생활 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전통시장 주변에서는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집중적인 정화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아쉽게도 저는 유엔총회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서 (전 국민 대청소 운동에) 동참해 주신다면 깨끗한 대한민국 땅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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