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9.25/뉴스1
정부여당이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전면 철회했다. 기존의 금융당국 조직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도 백지화됐다. 앞서 특검법 수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충돌한 뒤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첫 회의 무산, 야당의 필리버스터 예고로 대치가 격해지자 일부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검찰청 폐지’ 등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금융당국 체계 개편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를 통과해도 실제 조직개편 작업은 내년 상반기(1~6월)에나 가능해 대통령실이 금융감독 공백 현상을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백지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고위당정대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대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려했던 금융위원회 정책감독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조직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한 의원은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데 금융 관련 정부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건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이어 “조직개편 신속처리로 정부조직 안정이 긴요하나 현재 여야의 대립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물론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조직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분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당초 금융위원회가 가진 금융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정책 기능은 신설되는 재경부에, 감독 기능은 신설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여기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겠다는 방안이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담겼었다.
하지만 금융정책·감독 기능이 4개 기관으로 분산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과 금융위 직원들의 내부 반발도 이어지며 결국 금융당국 조직개편 작업은 백지화로 결론났다.
● 與 “野 의견 수용했으니 협조해달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 등 최근 금융감독체계 조직 개편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025.9.10/뉴스1 정부여당은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향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사실상 전면 무산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철회가 정부 조직개편 우선순위에 있는 검찰청 폐지를 위해 정부여당이 야당에 내어준 협상 카드라는 분석이다.
한정애 의원은 “정부 여당이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정부조직법 개편에 속도를 조절한 만큼 대결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시길 촉구한다”며 “특별히 오늘 상정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의 협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수정 발의한 만큼 오늘 오후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 그리고 국회의장이 회담을 통해서 정부조직법 처리 방안, 비쟁점 법안 처리에 대해서 합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수정된 건 전날 대통령실과 민주당 간 논의 끝에 이뤄졌다. 전날 대통령실 정무 비서관이 국회를 방문해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상황을 민주당과 논의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직개편 방안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없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허 의원은 “당정이 수정안을 준비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고 정무비서관께서 당정 차원에서 오후부터 긴급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무위 통과도 못한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의견도 수용하며 검찰청 폐지 등 우선순위에 있는 현안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금융위 개편 관련 내용이 야당에서 가장 문제 삼은 것이고 그것 때문에 지금 패스트트랙 지정되고 하는 상황이다”라며 “이 정도 선에서 우리가 야당 소리 경청해서 안을 만든다면 (야당도) 합의처리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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