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최소화하고 정국 구상…“3500억 달러 투자” 美 설득해야
APEC 계기 단계적 비핵화 논의 주목…북미 대화 가능성도 열려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환영나온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5.9.26/뉴스1
유엔총회 데뷔전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7일간의 추석 연휴 기간 정국 구상에 돌입한다. 미국·중국 정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세협상과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내달 3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기간 공개일정을 최소화하고 정국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태평양 주요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한 관세협상을 요구했다.
핵심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 방식이다. 애초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대출과 보증, 현금출자 등으로 대미투자를 진행하기로 구두 합의했지만 미국 측이 돌연 전액 현금 투자를 주장하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최근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에 대해 “그것은 선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국익 중심의 협상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전액 현금투자 요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27일) 채널A에 출연해 3500억 달러(약 493조 5000억 원) 현금 투자 요구에 대해 “우리가 현금으로 낼 수 없다.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접점을 찾기 위해 일정 수준의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낸 상태다. 우리나라의 외환 지출 여력을 고려하면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통화스와프가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APEC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후속 협상의 분수령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실무선의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만나 설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위 안보실장은 “우리가 하나의 목표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차기 정상회담 계기라고 본다”라며 “(한미정상회담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때인데 그때를 향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ND구상 APEC서 첫발 뗄까…미중 정상회담에 북미대화 가능성도
이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남북 간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와 비핵화(Denuclearization) 3원칙을 중심으로 한 ‘E·N·D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APEC에 참석하는 미중 정상을 한반도 논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핵심은 이 대통령이 E·N·D 구상과 함께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미중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한 뒤 ‘축소’, ‘폐기’에 도달하자는 게 이재명 정부의 접근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현실화 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핵심 관련국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만큼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APEC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에서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다뤄 의미 있는 정상 선언으로 이끌어내야 E·N·D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로서 실질적인 북미대화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연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또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트럼프와 김정은)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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