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69박 70일 필리버스터’ 검토…여야 ‘체력 소모전’ 전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8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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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서 6차례, 16개 법안에 필리버스터
與 “중단하자” VS 野 “일방적 항복 안해”
박수민 17시간 15분…최장 필버 기록 경신
민주당 “국회 생산성, 책임성 무너뜨리는 자해”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9.26 뉴스1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9.26 뉴스1
22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걸핏하면 진행되면서 예전과 같은 주목도나 화제성를 얻지 못한 채 여야가 ‘체력 소모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국회 들어서만 약 1년 3개월 동안 총 여섯 차례, 16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여야 협상이 실종되면서 강행과 반발로 인한 필리버스터 쳇바퀴에 갇힌 모양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텅빈 국회 회의장이 국민들에게 솔직히 부끄럽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악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5일부터 29일까지 정부조직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45일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오후 8시경 강제 종료 후 표결할 예정이며 이후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24시간 더 이어질 예정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되고 필리버스터는 여섯 차례 진행됐다. 지난해 7월 3일 채상병 특검법을 시작으로 7월 25~30일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8월 1~3일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과 노란봉투법 등 세 차례 7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4~5일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8월 21~25일 한국방송교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상법, 그리고 이번에 4개 법안까지 세 차례 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결기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여태 시도하지 않은 비쟁점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까지 검토하면서 ‘69박70일 필리버스터’를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거절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학영 국회부의장의 체력적 부담이 늘은 상태다. 본회의 사회를 삼 교대가 아닌 이 교대로 봐야 하기 때문. 앞서 주 부의장은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본회의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우 의장은 “주 부의장의 선택은 매우 아쉽고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 만성화에 최장 기록만 경신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5일 정부조직법 첫 타자로 나와서 17시간 15분을 토론하면서 본인이 지난해 8월 1일 세운 15시간 50분 기록을 경신한 것.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투혼을 불사랐다”며 “정말 대단하다”며 추켜세웠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인한 소모전에 분개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재적 의원 5분의 3(179명)이 필요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와 법안 표결을 위해 24시간마다 본회의장에 집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필리버스터 남발은 국회의 생산성과 책임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적 정치”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 중단을 제안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형식적인 무제한 토론을 지금 즉시 중단하고 국회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자”며 “민생으로 복귀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송 원내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서 “소수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려면 먼저 다수당이 여야합의가 안된 악법 강행처리를 중단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며 “정부조직개편 전반에 대해 추후 재논의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된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고 야당의 일방적인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일방적인 항복 요구에는 결코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체력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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