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부산서 한일 정상회담…이시바의 ‘마지막 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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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시바 마지막 회담…과거사 문제 사과 표현에 주목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갖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갖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부산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유감 혹은 사과 표현 등 전향적 입장을 받아낼 마지막 기회라는 관측이 29일 제기된다.

이시바 총리는 30일 부산을 방문해 10월 1일까지 이틀간 한국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과는 도착 당일 부산에서 만나 회담한다.

이번 방한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셔틀외교’가 이시바 총리의 답방으로 한 사이클이 채워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논의한 ‘지방 살리기’의 의미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부산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상의 논의에 대해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이시바 총리가 한국에게 우호적이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일본 정상에 비해 비교적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유의미한 제스처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한일 협력 사안을 별도로 다루는 ‘투 트랙’ 대일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협력 사안과 과거사 사안을 대하는 일본은 온도 차이는 여전히 크다.

한일 정상은 지난달 회담에서 17년 만에 회담 결과를 ‘공동언론발표문’이라는 문서 형식으로 발표하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시바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모른척하지 않은 흔적으로 볼 수 있다.

17년 만에 회담 결과가 문서화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입장이 선회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98년 10월 채택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마음에서의 사죄’라는 표현이 있지만,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라면서 이시바 정권이 주체가 아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계승’을 한다는 것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 담화’(전후 70년 담화)도 계승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담화에 침략·식민 지배·사죄 등의 표현을 담았으나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미래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라고 밝혀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기로 한 현재의 한일관계와는 정반대의 인식을 보여 준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며 한일관계에 공을 들였고, 한일의 분위기를 바꾼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이시바 총리가 퇴임 전 자신의 치적을 부각하고, 차기 총리가 이를 계승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지막 한일 정상회담에서 전향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경화’ 여론 의식한 이시바, ‘선물’ 포기할 가능성도

하지만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기반이 넓고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 대한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우경화되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도 고려 대상이다. 자칫 이시바 총리의 ‘전향적 태도’가 여론의 악화로 이어져 차기 정권에 더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3일 일본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일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파행됐다. 일본이 작년처럼 추도사에 징용의 강제성을 의미하는 표현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다. 또 이시바 총리는 스스로 공언했던 ‘패전 80주년 견해’ 발표도 미루고 있다. 이시바 본인도 자민당과 일본 여론을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부담이 가중되는 요인이다. 유력한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극우를 대표하는 인물로 분류되고 있어 자칫 이시바 총리 퇴진 후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기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의 전향적 태도가 오히려 차기 총리의 외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이시바 총리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나가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전임자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경우, 지난해 9월 6일 마지막 방한을 하루 앞두고 ‘우키시마호’에 탑승한 조선인 명단 일부를 우리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결정은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명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기시다의 ‘고별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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