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상고 제한’ 논의 본격화…“검사의 상소권한 없앨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0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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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무죄때 기계적 항소 관행 질타
“1·2심 엇갈리면, 순서 따른 운 아니냐”
정성호 “형소법 개정해야”…훈령 고칠수도
일각 “형벌제도 포기, 범죄자만 환영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30
“한참 동안 돈 들이고 생고생해서 무죄를 받으면 (검찰이) 또 상고한다. 대법원까지 가서 돈을 엄청나게 들이고 나중에 무죄가 나도 집안이 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법원의 1, 2심 무죄 판결에도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상고하는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에서 기소당하면 인생 절단 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도 언급하면서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를 넘어 형사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李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30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며 “도둑 하나 잡으려고 온 동네 사람 고통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러면 무죄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법원 판결의 기본 원칙”이라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판단도 마찬가지”라며 “‘무죄일 수도 있는데, 무혐의일 수도 있는데’ 하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무죄가 난 사건을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가 무죄가 확정되는 상황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판사 3명이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검찰이) 무조건 항소하고,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판사들 생각이 ‘유죄네’ 하면서 바꾼다”라며 “3명 판사가 무죄라고 한 것을 3명의 판사가 뒤집어서 유죄로 바꾸는 게 타당한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인데 순서가 바뀌면 무죄다. 운수 아닙니까, 운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부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죄지은 사람이 빠져나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서 다 기소하는 것이) 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명백한 법률관계를 다투는 것 외에는 항소를 못 하는 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공소심의위원회가 있고 상고심의위원회가 있지만 내부 인사로만 돼 있어서 기계적인 항소나 상고를 그냥 방치했다”며 “이 규정을 고쳐야 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상소권자에서 검사를 삭제하거나 대검찰청 예규나 법무부 훈령을 개정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대통령님 취임한 이후에 검찰에서 주요 사건을 매일 보고받으며 구두로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시스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훌륭한 법무부 장관이 바뀌면 (나중에) 또 바뀔 수 있지 않나”라고 하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 법조계 의견은 엇갈려

법조계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1심 판단에 대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고, 이후에 비슷한 판단이 나와도 또다시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에 있어서 중요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 없는데도 기계적으로 상급법원에 상소하다 보니 재판은 지연되고 행정력도 그만큼 낭비되고 있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의 판단이 2심에서 통째로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상소를 제한해 이런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형벌하는 제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죄를 지은 범죄자들만 환영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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