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상 막걸리로 건배…만찬 메뉴는 대게·부산어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0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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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30일 ‘부산 만찬’ 식탁에는 대게 냉채, 어묵튀김, 자연송이, 전복찜, 갈비찜 등이 올랐다.

이날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장에는 이시바 총리 부부를 맞이해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가 군악대가 도열했다.

두 정상은 이후 나전칠기 공예품 ‘십이장생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둘러본 뒤 1시간 16분 가량의 회담을 진행했고, 그 뒤에는 누리마루 인근을 함께 산책했다. 이 대통령은 금색 포인트의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대통령실은 “금색은 귀중함을 상징하는 색깔로 상대국인 일본 및 이시바 총리와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 만찬은 양국 화합을 상징하는 메뉴로 구성됐다.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즐겨 먹는 대게와 가평의 잣을 활용한 가평 햇 잣 소스와 대게 냉채가 제공됐다. 이어 한국 전통의 보양식 재료인 민어와 오골계를 넣은 적, 돗토리현의 전통 음식인 두부 치쿠와를 재해석한 부산 어묵튀김, 가을 봉화 자연송이와 전복찜 등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 지역에서 나는 햅쌀로 지은 밥과 안동 한우 갈비찜도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한국의 옥광밤 디저트와 일본의 전통 모찌, 메밀차가 준비됐다. 양국 식문화의 융화와 환대를 담았다.

만찬 건배주로는 막걸리가 준비됐으며, 만찬주로는 일본의 전통주와 한일 국제부부가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법주가 올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청아한 소리가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는 삼국시대 방울잔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소리장과 함께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만찬장 뒤편에는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을 기념한 조선통신사 유물들이 디지털 화면으로 전시됐다. 전시 내용과 조선통신사의 역사는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이 직접 해설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유엔 연설 내용을 상기하며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나의 생각과 같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양 정상은 북극 항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격별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의 과제 대응에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북극 항로 협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의 지평을 넓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간 첨예한 문제인 과거사나 미국발 관세협상과 관련해선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회담 전 한일 양국 우호를 상징하는 인물인 고 이수현 씨 묘를 찾아 헌화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참배 사실을 거론하며 “고인의 숭고한 사랑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의 참배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언급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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