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5.12.17.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권한을 행사하고, 온갖 명예와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천하의 도둑놈 심보 아니냐”며 “일하기 싫고 돈과 명예를 누리고 싶으면 (공직을) 나가서 일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업무보고에서 질책을 받은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잇달아 공개 반박에 나서자 재차 공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행정 영역에서의 허위 보고나 동문서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가끔씩 정치에 물이 너무 많이 들었는지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위탁하는 양해각서(MOU)에 따라 외환 밀반출 단속 주체가 공항공사 소관이 됐다”며 단속 업무 소관이 관세청이라는 이 사장의 답변을 ‘허위 보고’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은 상명하복의 지휘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상사는 부하의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악의를 가지고 허위 보고를 하거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왜곡 보고를 하는 것은 가장 나쁜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잇달아 이 사장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책임질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라”고 말했다. 반면 이 사장은 이날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 협조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지적에 재차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개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걸 가지고 수천억 원 투입할 생각이었냐”며 한국석유공사를 강하게 질책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관련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을 두고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지 25년이 지났으면 (지재권 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며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계획을 보고했다. 태양광발전량이 넘치는 낮 시간대 전기를 싸게 공급하고, 화력발전소와 원전이 주력인 밤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방식이 추진된다.
李 “‘사랑과 전쟁’은 바람 가르치나” 책갈피 달러 논란 반박
[대통령 업무보고] 이학재 질타뒤 반발 겨냥해선 “업무보고 후 뒤에 가서 딴 얘기 국민 1억개 눈, 무서운줄 알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생중계로 진행되는 부처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들의 답변 태도와 관련해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얘기와 1분 뒤 얘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인천 중구 공항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앞서 자신과 설전을 벌였던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집중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외화 밀반출 단속은) 관세청장은 공항공사가 한다고 했고, 공항공사 사장은 세관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부인했다”며 “그런데 기사 댓글을 보니 ‘공항공사가 하는 게 맞다’는 내용이 있더라. 실제로 확인해 보니 작년에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위탁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더라”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인 저도 기사 댓글을 보고 (진실을) 알았다”며 “우리 국민은 1억 개의 눈과 귀, 5000만 개의 입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닌데 왜 그런 것을 악용하느냐”며 “제가 정치적 색을 가지고 누구를 비난하거나 누구를 불이익 줬냐.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썼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른바 ‘책갈피 외화 밀반출 범죄 수법’을 공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러면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바람 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거냐”며 “이게 상식 세계와 몰상식 세계의 공존”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보여주기식 업무를 솎아내고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및 야근 관행을 근절해 ‘가짜 일 30% 줄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좋은 생각이다. 정말 좋은 아이템”이라고 격려했다. 이 사장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 사장은 “잘못된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민주당 윤종군 의원 질문에 “잘못된 걸 바로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대통령이 전 국민,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기관장에게 모욕을 주는 모습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 품격에 맞지 않고 보면서 불편했다”고 맞섰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성과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속 장관 직권으로 강임(공무원 직급을 내리는 것)하고, 강임 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직권강임’도 신설한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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