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서울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오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한 조짐이 있었음에도 허둥지둥하며 제때 대응하지 못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또 지방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이 있는 노태악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거 직전 3개월간 법정 근무일 60일 중 출근한 날이 절반가량인 34일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12일 3차 회의를 갖고 본투표 당일인 3일 송파구 선관위 상황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송파구에서 투표용지 부족 조짐이 처음 보고된 건 이날 오전 11시 50분 구 선관위 직원이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확인하고 예비용 무번호 투표용지 준비를 요청하면서다. 서울시 선관위는 오전 11시 56분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기 시작하며 투표용지 추가 배분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오후 들어 관내 투표소들에서 추가 투표용지 요청이 속출하며 현장은 혼돈에 빠졌다. 투표용지를 배분해야 할 선관위 직원들이 모두 일련번호 부여 작업에 투입되면서 배송 체계가 마비된 것.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가정한 매뉴얼은 없었고, 직원들은 일련번호 부여 장비 사용법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여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중앙선관위 등 상급 기관에 상황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오후 4시 30분부터는 사회복무요원까지 배송에 투입됐고, 투표소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선관위 사무실로 투표용지를 받으러 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투표용지 일련번호 기입은 투표소 현장에서 수기로 이뤄졌고, 배부 시 서류 작성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관내 투표소 15곳에서 최장 105분간 투표가 중단됐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상급 위원회의 현장 지휘권이 전혀 발동하지 못했고 신속한 보고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태악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이 3월 3일부터 선거일(3일)까지 법정 근무일 60일 중 선관위 업무를 본 날은 34일(57%)이었다. 출근하지 않은 날 중 3일은 행사 참석, 언론사 인터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출근한 날도 청사에 머문 시간이 반나절(4시간) 이하인 경우가 15차례였다. 통상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은 비상근직이지만, 노 전 위원장은 3월 3일자로 대법관을 퇴임한 상황이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2일 노 전 위원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합수본은 조만간 노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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