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0/뉴스1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검란(檢亂)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일선 검사장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설명을 공식 요구한 데 이어, 지청장과 평검사들까지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일선 검사장들이 특정 현안에 대해 수장에게 집단으로 입장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 리더십이 붕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 검사장들 “항소 포기 이유 밝히라”… 사실상 집단 항명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일선 검사장 18명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권한대행의 입장엔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는 일선 검사장으로서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검사장들이 특정 현안을 두고 집단으로 검찰 수장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자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이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한 적은 있지만,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들이 사실상 항명에 가까운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검사장급)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들의 항명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명단에는 박재억 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일선 지검장 15명과 검사장급인 박규형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 고검 차장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 그리고 8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임 지검장과 김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승진한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민간업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팀이 검찰 수뇌부의 ‘항소 금지’ 지시로 항소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 표명하는 등 파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게양대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25.11.9/뉴스1노 권한대행을 향한 직접적인 사퇴 요구도 빗발쳤다. 대검에서 근무하는 평검사 전원은 이날 오전 ‘대검 연구관 의견’이란 글을 통해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지검 산하의 지청 중 규모가 큰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두는 지청)의 지청장들 역시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며 이프로스에 성명을 냈다. 사실상 노 권한대행을 비롯한 대검 지휘부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입장문에는 전국 차치지청장 10명 중 정지영 고양지청장과 내란특검에 파견 중인 김종우 부천지청장을 제외한 8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역시 이날 이프로스를 통해 “그(노 권한대행)는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후배들의 입장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할 능력이 있다면 ‘저의 책임’이라고 내뱉었으니 책임지고 그 자리를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법무연수원 교수진도 “노 권한대행은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포기한 이유를 추가 설명하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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