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성 씨가 11일(현지 시간) 오후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왜 재임 중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는 11일(현지 시간)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특검이 김 씨를 직접 조사하게 되면서 ‘집사 게이트’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김 씨가 귀국하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하루 전 김 씨가 머물렀던 호치민에서 직접 만났다. 김 씨가 언론과 인터뷰하며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의 잔고증명서를 대신 위조해준 혐의로 2021년 12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김 여사 일가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이른바 ‘집사’로 불린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4월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체류 중이었다. 김건희 특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 기업이 대내외 리스크 해소를 위해 김 씨와 관련된 렌터카 플랫폼 업체 IMS모빌리티에 ‘보험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씨가 이들 기업의 투자를 계기로 자신의 지분을 처분해 46억 원을 챙긴 점과, 이 돈이 김 여사 측에 흘러갔는지 여부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김 씨는 “(2023년경) 기업들의 IMS모빌리티 투자 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대면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대통령실이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자체 조사를 벌였던 것이다. 김 씨는 “김 여사가 전화로 ‘니가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다’며 조사를 받으라고 했는데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도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김 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이 있었는데도 무마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자신이 이른바 보험성 투자에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2018년 소원해지기 전까지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일문일답.
김예성 씨가 11일(현지 시간) 오후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2023년경 기업들의 투자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받은 경위는 무엇인가?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네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가서 조사를 받고 소명을 하라’고 말해 조사를 받았다. 저는 이미 2021년 사건(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 잔고증명서 위조)으로 알려져 있었던 사람이지 않나. 용산의 감시 대상이었던 것 같다. 김 여사의 전화를 받고 용산 공직기강비서관실로 가서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투자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있었고 저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평소 주변인들과의 자리나 IMS모빌리티의 투자 유치 등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친분을 거론했기 때문에 공직기강실에서 조사한 게 아닌가.
“(친분을 내세웠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데리고 와달라. 저는 2021년 4월에 IMS모빌리티에서 퇴사했다.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으로 제 존재가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가 퇴사했는데도 IMS모빌리티가 받을 투자금이 3분의 1토막이 났다고 들었다. 이후 카카오와 HS효성 등 기업들이 투자를 하던 2023년에도 조건은 IMS모빌리티가 저와의 관계를 모두 끊는 것이었다.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투자를 받았다는 건 사실과 배치된다.”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최은순 씨를 어떻게 알게 됐나.
“김 여사는 2005년경 사적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김 여사를) ‘교수님’으로 소개받았다. 이후 서울대 EMBA 과정을 통해 매주 함께 수업을 들으며 가까워졌다. 그 무렵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교제를 하고 있어 종종 함께 보기도 했다. 결혼한 이후에는 서로의 가족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도 식사를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김 여사가) 저희 아이들도 예뻐해 줬다. 최은순 씨와는 김 여사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가서 만나 우연히 알게 됐다.”
―최근까지도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2018년 이후 거의 절연한 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고 명절에 저희 아이들 사진을 보내며 안부 인사 문자를 보내는 정도 연락만 주고받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이 되고 난 다음에는 매일 신문에 도배되다시피 하는 분들이 되어서 예전처럼 볼 수가 없었다.”
―절연한 시기라고 하는 2021년 7월경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각각 1000만 원을 후원했다. “2021년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고,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의 대권 행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미안한 마음에 후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조 대표가 어떤 취지로 후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예성 씨가 11일(현지 시간) 오후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건희 집사’로 불리고 있는데.
“모욕적이다. 과거에 있었던 친분관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2의 최순실이라는 프레임도 있는데, 저는 대통령 공관에 가본 적도 없다. 용산(대통령실)에 들락거린 적도 없다. 2018년 이후에는 왕래가 없고 김 여사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관련된 업무를 한 것도 없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집사라고 불리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집사’정도 되는 사이가 아니라면 잔고증명서를 위조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나.
“김 여사와의 친분만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해준 건 아니다. 어느날 최 씨가 불쑥 찾아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으면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다’고 사정을 했다. 한 번 사무실에 찾아오면 3, 4시간씩 돌아가지 않고 부탁하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인정에 못 이겨 실수를 저질렀던 건 맞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받아야 할 처벌을 받았다. 낙인이 찍혀 버거운 사회적 처벌도 받고 있다.”
―김 여사와 금전거래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청산되지 않은 금전관계도 있나.
“서로 사업을 하다 보니 돈을 빌렸다가 돈을 갚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청산된 상태다. 김 여사와의 금전 관계는 의정부지검에서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 금융기록을 모두 임의 제출해 수사기관도 알고 있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들 역시 ‘김건희 집사’와 관련된 회사에 보험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당시 저는 회사를 나온 상태라 어떤 기업들이 투자를 논의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투자 기업들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당시 저는 최 씨의 잔고증명서 위조범으로 알려져 있었다. 잔고증명서 위조범한테 보험성 투자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시 제 주변분들도 ‘화무십일홍’이라며 조심하며 살라고 해 저도 주의했다. 기업들이 인기도 없는 정권에다가 줄을 대겠다고 보험을 든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인기가 있었으면 국회 의석을 다 뺏기고 했겠나.”
―차명회사 의혹이 불거진 이노베스트코리아는 누구의 것인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저와 아내의 지분으로 된 가족 법인이다. 오아시스 펀드 투자 당시 사업가 윤모 씨와 구두로 합의하고 윤 씨가 100%의 지분을 가졌다는 내용의 주주명부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지분이 넘어간 적은 없다. 그 부분은 윤 대표에게 미안하다.”
―IMS모빌리티 지분 매각 대금 46억 원의 행방은?
“46억 원 가운데 약 7억 원은 세금으로 냈고, 35억3000만 원가량은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에게 빌려줬다. 저 때문에 투자 유치 금액 줄어들었다는 얘기에 미안한 마음에 빌려준 것이다. 일정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되는 플랫폼 회사들은 투자를 받지 못 하면 망한다. IMS모빌리티 직원 150여 명이 집에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 여사에게 이익을 공유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기업들의 투자를 계기로 본인 지분을 46억 원에 팔아 ‘엑시트’한 것은 사실이지 않나.
“당시 IMS모빌리티는 상장 계획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회사였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제 주식의 가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분을 정리해달라는 회사의 부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수용했다.”
―투자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였던 배모 씨,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모 씨와는 알고 지냈다. 하지만 조 대표가 더 친하고 다 조 대표를 통해 알게 된 사이다. 조 대표랑 같이 술 먹는 자리에서 한두 번 보고 형동생하는 정도 사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하는 정도의 친분은 아니었다. 경남스틸 최모 대표도 조 대표와 함께 아는 사이다. 나머지 투자 기업 관계자들과의 친분은 없다.”
김예성 씨가 11일(현지 시간) 오후 베트남 호치민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의혹이 제기된 전후로 김건희 여사 측이나 사건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있나.
“없다. 제가 휴대전화가 2대 있다. 한 대는 한국에서 쓰던 휴대전화고, 다른 한 대는 베트남에 와서 개통한 휴대전화다. 포렌식이든 통화기록 조회든 다 해볼 수 있도록 특검에 임의 제출할 생각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베트남으로 이주해 해외도피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 이주는 오래 전부터 생각을 해왔다. 현재 베트남에 2013년생 자녀들과 함께 있다. 해외도피 의도였다면 왜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현지 학교에 등록까지 시켰겠나. 특검의 출석 요구에도 자녀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귀국을 미룰 수밖에 없었고 제 휠체어를 타시는 어머니가 가까스로 베트남에 오셔서 12일 귀국을 하기로 했다.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아내가 베트남에 올 수 있다면 아이들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특검의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
―12일 김건희 여사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가 느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백을 생각하면 왜 본인 재임 기간에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된다. 2018년 이전 제가 알던 윤석열 검사는 자기 여동생이라고 할지라도 죄를 지었다면 다 잡아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좌천까지 당한 강골 검사 아니었나. 주변 분들은 김건희 여사의 구속 여부를 보고 귀국을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저는 제 갈 길 가겠다는 생각에 귀국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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