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8.12 뉴스1
김건희 여사가 구속된 뒤 처음으로 14일 오전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조사를 받으러 나갔지만 진술을 모두 거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 여사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셈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나 경찰, 검찰 등 사정 기관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인지하고 들여다봤으면서도 제때 바로 잡거나 제동을 걸지 못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통령실-검경 모두 묵살한 ‘김건희 경보음’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른바 ‘김건희 집사’ 김예성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등과 관련해 첩보를 입수해 여러차례 윗선에 보고거나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2023년말 직접 김 씨를 불러 조사했다. 당시 수사기관 조사 등 대내외 리스크가 있던 기업들이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김 씨 관련 회사에 ‘보험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1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네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연락이 오면 가서 조사를 받고 소명해라’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 씨의 처남인 이른바 ‘찰리’ 김모 씨(56)는 2022년 여름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건진법사가 지휘한 윤석열 대선캠프 외곽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해 김 씨에게 “관련 인사들을 만나지 말라”고 구두로 경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같은 해 8월 브리핑에서 전 씨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친분을 과시한다든지 이권에 개입하는 듯한 행위가 인지되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관련 예방 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논란에 대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풍문에 의해서 수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당시 청탁 의혹을 놓고 “모든 인지수사를 지시하는 게 청장 일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명 씨도 지난해 10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10, 11월경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나를 찾아와 ‘대선에 공을 세우셨으니 대통령과 여사를 마음대로 팔고 다니셔도 되지만, 이권 사업에 개입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하지 마시라’고 하더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 씨 관련 회사 투자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종결했고, 전 씨와 찰리, 명 씨의 이권 개입 행위도 방치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앞세운 이들이 각종 청탁에 연루돼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려댔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사정 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문제를 방치한 것이다.
검찰 역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의혹을 무마하려다 논란만 키웠다. 심지어 김 여사는 검찰 조사를 받기 10여 일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비화폰으로 33분간 통화했고, 검찰은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출장 조사하면서 ‘황제 조사’라는 논란만 키웠다.
이후 검찰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4시간 가까이 무혐의를 설명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윤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임명하지 않은 것도 스스로 발목을 잡을 꼴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실 감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사정기관의 수사로 이어졌다면 조기에 바로잡았을 수 있었지만 결국 권력의 묵인 속에 먹통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 金 진술거부권, 18일 재조사 예정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탑승한 호송 차량이 14일 오전 본인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West빌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5.08.14 뉴시스특검의 첫 김 여사 대면조사는 약 4시간 만에 종료됐다. 문홍주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피의자 김건희를 상대로 부당 선거개입, 공천개입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며 “피의자가 대부분 피의사실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수갑에 사복차림으로 오전 9시 52분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 여사는 오전 9시 56분부터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2시 10분까지 조사받았다. 김 여사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실제 조사 시간은 2시간39분에 그쳤다. 특검은 18일 김 여사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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