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학자 前비서실장 수첩에 “도박수사 압수수색 나올 것” 메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2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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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이권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2일 열렸다. 한 총재는 청탁을 위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구속)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네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구속 기소)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을 통해 김건희 여사(구속 기소)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 총재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진행됐다.

한 총재는 이날 오후 1시 반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권 의원에게 세뱃돈과 넥타이를 줬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위반과 청탁금지법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횡령 등 총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고 주장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한 총재 비서실장 정 씨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 총재 비서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 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씨에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학자#통일교 총재#청탁의혹#김건희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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