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에서 넘겨받은 ‘김건희 특검’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이 공수처를, 공수처는 특검을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공수처는 19일 민 특검의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이 수사 대상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특별검사와 관련해 검사와 구별되는 지위, 신분 등에 관한 판례에 비춰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청법상 검사가 특검에 파견되더라도 검사로서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수사,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및 공소 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점에 비춰 파견 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원칙적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특검에 파견된 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즉 직무유기 혐의 ‘공범’으로 특검을 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공수처가 직접 민 특검을 수사할 순 없다고 하더라도, 특검에 파견된 검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 특검을 ‘공범’, 즉 관련자로 보아 수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의 관련 범죄에 연루된 자는 모두 수사 대상이다.
앞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은 11일 민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수수 정황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6일 민 특검과 김건희 특검팀 소속 검사 등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은 당시 고발장에 파견 검사가 포함된 점을 고려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면서 이첩을 받아들일지는 공수처의 유권해석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앞서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26일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이들이 지난해 8월 19일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이 공수처에 접수된 후에도 대검찰청에 통보를 미루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대검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날 송 전 부장검사와 김선규 전 공수처 부장검사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지난해 공수처장, 공수처 차장검사 직무대행을 맡았던 시기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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