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검 “尹 ‘총 보여주라’며 체포 저지 지시…불법계엄 은폐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6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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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내란특검 2차 대면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7.6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내란특검 2차 대면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7.6 뉴스1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신임을 배반한 행위임과 동시에 법치주의와 사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같이 적시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사후에 은폐하려 시도하고, 경호처 공무원들을 사병화해 정당한 영장집행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법률전문가이자 자칭 법치주의자임에도 누구보다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판결에 승복할지 불분명하다”며 “진행 중인 수사 재판을 피해 도망할 염려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 조은석 “국무위원 9명만 불러 불참자 권한 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2차 대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7.06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2차 대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7.06 뉴시스
총 66쪽 분량인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조은석 특별검사 이름으로 제출됐다. 전날 밤 윤 전 대통령 대면 조사를 마무리한 지 18시간 만에 ‘영장 청구’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표 죄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이었고, 직업란에는 ‘무직(전직 대통령)’이라고 적혔다.

영장에 따르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를 열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9명만 선별적으로 불러, 불참한 나머지 10명의 심의·의결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특검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총리와 위원 전원이 부서(서명)한 문건으로 해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비상계엄이라는 행위에 대해 헌법에서 마련한 최소한의 사전통제 장치인데 이를 무시하고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또 올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직권남용, 특수공무집행방해)도 적용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올 1월 11일 관저에서 점심을 먹으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에게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만 보여줘도 두려워할 것”이라며 총기가 잘 보이도록 하며 순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영장에 적시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부하 직원이었던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통해 비상계엄 해제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새롭게 ‘비상계엄 선포문’이란 문건을 만들어 이틀 뒤인 7일 결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와 이 문건을 폐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등 무효) 등도 영장에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후 문건’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초순 보안 휴대전화인 ‘비화폰’을 관리하는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을 통해 군 관계자들이 사용해 온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적용했다. 대상 비화폰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3명의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 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비화폰)를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라며 삭제를 압박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적시됐다.

● 영장심사 이르면 8일, 석방 120일 만 구속 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2차 대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7.06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2차 대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7.06 뉴시스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8일 윤 전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3월 8일 전격 석방됐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는 석방 120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인 5일 진행된 특검의 조사에서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는) 연락이 닿은 사람들 위주로 모인 것이지 특정인을 오라 마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직권남용 혐의는 법원에서 열릴 구속영장실질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강 전 실장이 단순히 표지만 만든 것이고 권한 없는 사람의 문서 작성이 허위 공문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5일 오전 9시 4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총 14시간 30분간 특검에 출석해 대면 조사를 받았다. 설렁탕 점심 식사 1시간,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 5시간을 제외하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제 조사 시간은 8시간 30분 정도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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