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3대 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수사 개시 100일을 맞이했다. 연장 가능한 수사 기간 3개월(내란·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의 경우 2개월)을 포함해 최대 6개월까지 특검이 진행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막 반환점을 지난 셈이다.
3대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이 9월 일제히 만료되면서 각 특검은 최근 수사 기간을 30일씩 늘리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3개의 특검이 동시 출범한 뒤 연장전에 들어간 가운데, 그동안의 수사 성과 등을 숫자를 통해 살펴봤다.
● 전직 대통령 부부 동반 구속 등 21명 수감돼
3대 특검 수사로 인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모두 구속 수감됐다.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영부인까지 함께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7월 10일 내란 특검에 의해, 김 여사는 8월 12일 김건희 특검에 의해 구속되면서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 이뤄졌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구속된 것 역시 최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08.12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한 차례 석방됐다가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올해 초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1월 19일 구속됐다. 이후 법원이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며 석방됐지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6월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22일 만인 7월 10일에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구속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구속됐다가 석방된 지 124일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에 의해 7월 추가 구속기소된 뒤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최근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 9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7.9 뉴스1특검은 출범 이후 전직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 관련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내란 특검이 6명, 김건희 특검이 15명으로 현재까지 특검 수사로 총 21명이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 등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했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를 포함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관련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통일교 한학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구속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이사, 이기훈 부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도 구속됐다. 특검이 김 여사에게 이우환 작가의 그림을 선물한 것으로 의심하는 김상민 전 검사도 지난달 18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뿐만 아니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피고인(김 여사)이 권오수, 이종호 등과 공모하여 2010년 10월경부터 2012월 12월경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함으로써 8억1000여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는데, 이를 전면 뒤집은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9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oneshot@donga.com 채상병 특검은 현재까지 구속하거나 기소한 피의자는 없다. 이에 대해선 ‘채모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이 2년도 지난 시기의 사건인 만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관계자 진술과 자백에 의존해야 하는 수사 성격 등이 반영된 현실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VIP 격노설’의 실체에 대해 채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 주요 관련자들의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며 실체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파견 검사만 110명, 예산도 역대 최대 205억 원
특검이 이 같은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검찰과 경찰 등으로부터 대규모 수사 인원을 파견받아 역대급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3대 특검은 출범 당시 파견 받을 수 있는 검사만 120명 규모였다. 다만 미충원 인원 등이 있어 현재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아 운영 중이다.
김건희 특검에는 차·부장검사급 팀장 8명을 포함해 검사만 총 40명이 있다. 41명의 검사가 있는 청주지검 등과 비슷한 규모로 웬만한 일선 검찰청 크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내란 특검은 3대 특검 중 파견 검사가 59명으로 가장 많다. 채 상병 특검에는 14명의 검사가 파견 근무 중이다. 여기에 파견 공무원, 특별 수사관 등 까지 포함하면 내란 특검은 267명까지, 김건희 특검은 205명까지, 채상병 특검은 105명까지 인원을 둘 수 있다.
수사 기간과 인력 규모를 늘리는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공포되면서 3개 특검을 모두 합쳐 파견검사만 최대 170명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수사 대상이 가장 많은 김건희 특검의 경우 지금보다 특검보 2명을 비롯해 검사 30명과 공무원 60명을 더 둘 수 있어 최대 297명을 투입할 수 있다. 내란 특검은 검사 10명과 공무원 40명을 증원할 수 있게 돼 300명 이상을 수사에 동원할 수 있게 됐다. 채 상병 특검은 검사와 특별수사관, 공무원을 합쳐 40명을 더 둘 수 있다. 실제로 채상병 특검은 1일 개정된 특검법에 따라 추가 수사 인력 13명을 각 소속 기관에 파견 요청했고 이들이 합류하면 120명 내외로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대응특위 위원들이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08.26. 서울=뉴시스 이들에게 편성된 예산 역시 역대 특검과 비교해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각 특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05억6435만 원의 예산이 3대 특검에 배정됐다. 내란 특검이 87억 원, 김건희 특검이 78억 원, 채상병 특검이 40억 원이다. 특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예산이 25억 원이었는데, 3대 특검 중 가장 적은 예산인 투입된 채상병 특검도 이를 한참 웃돈다. 각 특검에 배정된 예산 역시 특검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청 폐지’ 법안에 검사들 복귀 요청…남은 과제는
연장전으로 돌입한 특검의 남은 수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입장문을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수사와 기소업무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걸려있는 현판. 동아일보 DB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수사가 산적해 있고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 유지까지 맡아야 하는 특검 입장에선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이 달가울 수 없다.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특검 입장에선 6개월 이내에 사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재판에서까지 입증해 내야 하는 것이다.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에 모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의 파견 검사들이 이 같은 입장문을 내면서 다른 특검팀에도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내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단체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석해 법정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에 대한 ‘상복 시위’가 아니냐는 공방이 불거지도 했다. 이날 박지영 특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공판 검사들을 상대로 확인해 보지 못했다”면서 “검사들의 의사를 추론해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에서 검사석의 특검 파견 검사들이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앉아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의혹,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둘러싼 매관매직 의혹, 채 상병 특검은 구명로비 의혹과 이종섭 전 장관 주호주 대사 도피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검 수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이들이 연장전을 시작하며 어떤 성과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