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尹 사형 구형]
재판부 “단축” 요청에도 ‘침대 변론’
몽테스키외 삼권분립 인용하며… “계엄선포는 사법심사 대상 아냐”
“문형배 강요로 만장일치 탄핵… 다수가 언제나 진실 말하진 않아”
尹, 고개 꾸벅이며 졸다깨다 반복
13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용객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생중계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뉴시스
“정치를 형사법 영역으로 끌어들인 내란 몰이다. 특검이 신속 재판을 못 하게 한 것이다.”
13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1시간 넘게 서류증거(서증) 조사를 진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선 9일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측이 ‘침대 변론’을 펼쳤다는 비판이 나오자 오히려 특검을 탓하고 나선 것.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를 언급하거나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거론하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급기야 재판부가 “중복된 내용은 빼고 하라”고 요청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내용이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 11시간 변론한 尹 측 정작 “특검이 재판 지연”
13일 오전 9시 31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윤 전 대통령이 평소 재판보다 30분 일찍 시작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넥타이 없는 흰색 셔츠에 남색 정장 재킷 차림으로 다리를 약간 절뚝이며 법정에 들어섰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이 쓰인 명찰이 달려 있었다. 한 손에는 노란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9일 공판에 이어 이날 재판도 변호인들의 릴레이 변론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자 윤 전 대통령은 오후부터는 고개를 꾸벅이며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들이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술을 펼쳤던 것과 판박이 수준이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오후 5시까지는 서증조사를 마쳐 달라”고 요청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오후 8시 30분이 넘도록 변론만 이어가느라 검찰 구형도 9시 35분에서야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이후 진행된 수사 과정이 ‘내란 몰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지연의 책임도 특검 탓으로 돌렸다. 재판부가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한 순서 정리에 나서자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주요 증인들 (위주로) 빨리 진행해서, 헌법 전문가를 증인으로 세웠으면 안 해도 될 절차인데, 이런 걸 할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지연 논란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이경원 변호사는 “재판 종결을 지연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본 사건에서 신속히 무죄를 받아 별건에서도 무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피고인과 직접 관련도 없는 증인을 선정하는 등 재판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프랑스 철학자인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개념을 인용하며 “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정치 행위”라며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도 개시해 판단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기사 쪼가리 몇 개로 탄핵 소추” 궤변 이어가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계리 변호사는 “대통령은 기사 쪼가리 62개에 의해 탄핵 소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언급하며 “편향된 사람에 의해 왜곡된, 강요된 만장일치 평의 결과는 내란 법정에서 근거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도태우 변호사는 선거인 명부 조작, 사전투표지 대량 날인 등 부정선거와 관련된 음모론을 언급하면서 “비상계엄이 이 문제 때문이라곤 할 수 없지만 결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내란 혐의나 재판과는 관계없는 과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거론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것”이라며 “다수가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다수당 독재를 했다고 주장하며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이탈리아 베니토 무솔리니,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등 독재자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앞서 “절차적 만족감”을 언급하며 9일 재판에서 ‘침대 변론’을 제지하지 않았던 지 부장판사는 이날은 “양이 방대하니 중복되는 것은 빼서 해달라”고 했다. 김 전 장관, 윤 전 대통령 양측이 이틀 동안 16시간 넘는 초유의 서증조사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도 변호사는 부정선거 관련, 이 변호사는 예산·입법 관련”이라며 변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지 부장판사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휴정 시간 지지자들이 “장관님 너무 귀여워”라고 말하자 하트를 만들거나 양손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등의 반응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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