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독재 정권때도 대법원장 사퇴 공개 거론한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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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퇴 압박] “헌법상 임기 보장된 대법원장 압박
사법 독립 침해하려는 노골적 시도… 선출 권력은 헌법 어겨도 되나” 격앙
조희대, 별도 입장 안내고 정상업무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분명하게 선을 긋는 대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사법부 내부에선 “선출 권력이라는 이유로 헌법을 어기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 반헌법적 사고”라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판사들이 공동 성명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5일 조 대법원장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대법원 청사로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 이날 퇴근길에도 조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대법원장 사퇴 관련 발언에 대해 해명하면서 뒤늦게 진화에 나서자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고 말을 아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 내부에선 “정치권의 압박에 굴복해 대법원장이 사퇴한 전례가 없는 만큼 불과 며칠 전 공식 석상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정치권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그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려는 노골적 시도”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한 부장판사는 “헌법이 사법부를 비선출직으로 구성한 건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법대로 재판하라는 의미”라며 “반헌법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1948년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이 헌법에 명문화된 이후 정권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한 법원장은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에게 사퇴하라는 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사법부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로 가져가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선을 앞둔 올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뒤 돌연 정치권의 사퇴 요구가 시작됐다는 것. 한 법원장은 “독재 정권에서도 대법원장 사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한 적은 없었다”며 “정치인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과 대통령실이 호응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서울중앙지법 산하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위헌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을 놓고도 사법부 내에선 “명백한 위헌”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개입해 새 재판부를 꾸리고 사건을 재배당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가 마음에 안 드니 국회가 정한 재판장에게 사건을 다시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 입만 바라보는 정치판사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릴 판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사법농단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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