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영 시니어’, 이전 노인과 달라…건강-사회 참여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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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롭게 은퇴를 시작한 ‘영 시니어(young senior)’는 이전의 노인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들이 사회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폴린 스트론 싱가포르경영대(SMU) 성공적노화를위한연구소(ROSA) 소장(사회학과 교수·사진)은 본보 인터뷰에서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ROSA는 2015년부터 50~70세 싱가포르인 1만2000명을 추적 조사하는 ‘싱가포르 생애 패널(SLP)’를 운영하며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변화와 그에 따른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고령화율은 지난해 6월 기준 19.9%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싱가포르는 고령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일반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노인을 다른 이에게 의존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롭게 65세에 도달해 은퇴를 시작한 영 시니어들은 이들의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 이들은 더 많이 교육을 받았고,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연금 등 노후 대비가 상대적으로 돼 있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싱가포르는 초고령화 사회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우리는 영 시니어들이 사회에 계속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지금 기대 수명은 85세인데, 65세에 은퇴를 한다고 하면 2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건강 관리를 잘 한다면 이들은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가 고령화 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노인이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건강 수명과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10년 정도는 뭔가 질병을 앓으면서 죽어가는 셈이다. 건강을 유지한다면 더 길게 살 수 있고, 젊은 시절 했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들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더 건강한 싱가포르(Healthier SG)’ 프로그램 등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2년 전에 시작해 효과성을 추적하는 중인데, 이 프로그램이 향후 싱가포르 전체의 의료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 5월부터 개인별 건강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한 운동과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더 건강한 싱가포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0세 이상 국민과 영주권자가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주치의가 배정된다. 가입자는 주치의와 3개월마다 면담하고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을 관리받는다.

―건강 유지 외에 중요하게 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영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인구의 4분의 1을 그런 사람으로 두는 것은 어리석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법적으로 은퇴 연령을 연장했다. 나의 어머니는 간호사였는데, 그가 55세였던 1990년대에 은퇴했다. 다음 세대인 나는 65세에 은퇴한다.

노인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자원봉사가 있다. 다만 자원봉사 인력이 무료라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과 경험을 가진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작은 보수를 받고 참여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에 대한 이들의 기여도 늘어날 것이라 본다. 노인들이 이웃집 아이를 돌봐 주고, 노인이 또다른 노인을 돕는 등 지역사회에서 이웃들이 서로 돕는 구조가 형성이 된다면 정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이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싱가포르는 작은 국가라 요양원 등을 세울 땅이 없다. 나이가 들어도 살고 있는 곳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노인들이 집에서 살고 죽을 수 있으려면 일단 걸어서 10분 이내에 병원, 슈퍼마켓 등 편의 시설이 있어야 하고, 이웃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노인이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는 것의 장점은 동네 사는 사람들이 같이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서 이웃과 함께 운동하고, 앉아서 떠들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 고독 문제가 해결되면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줄어들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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