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진행상황 발표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커지면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시험 실시 27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치인 3.11%로 추락한 데 따른 책임을 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오승걸 원장이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치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원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지문 구성과 난도 등을 출제·검토위원이 여러 차례 검토했음에도 당초 출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출제 전 과정에 대한 점검과 난이도 조정 절차 보완, 현장 교사 검토위원의 역할 강화 등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영어 1등급 비율 3.11%…“원어민도 안 쓰는 단어 출제”
올해 영어 1등급 비율 3.11%는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전 최저치였던 2024학년도 4.71%보다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상대평가 시절 1등급 비율(상위 4%)과 비교해도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원장은 지난 4일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후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원장의 ‘유감’ 한마디로 재수생이 양산됐다”, “55만 수험생의 대입 결과를 유감으로 덮을 수 없다.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등 비판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24번 문항. 평가원 제공 논란의 중심이 된 24번 문항은 올해 수능 이의신청 675건 중 400건 이상을 차지한 문제다. 해당 지문의 원저자 역시 “원어민도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출제했다”고 지적해 수험생·학부모의 반발에 불을 지폈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절대평가의 취지에 역행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참여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추상적 조각 글로 학생 능력을 평가하는 구태는 청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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