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일교 “임종성 통해 키르기스 정부 토지출자 약속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2일 17시 58분


간부들 2019년 보고…스마트시티 사업 언급하며 적시
“林의원 명의 공문도 우리가 작성해 서명만 받아 발송”
통일교 지분확보 노려…경찰, ‘총선 자금’ 대가성 조사

임종성 전 의원. 2025.12.18. 뉴스1
임종성 전 의원. 2025.12.18. 뉴스1


통일교 간부들이 2019년 10월 내부 보고 문건에 키르기스스탄 ‘스마트시티 사업’을 언급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을 통해 토지 출자 약속을 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 측은 이 사업에 민간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내부 문건을 입수한 경찰은 임 전 의원이 통일교 측 요청에 따라 당시 키르기스스탄 정부와의 중개에 나선 것인지, 실제로 통일교가 해당 사업의 실질적 주체로 참여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 “의원 명의 공문 직접 써서 발송”
22일 본보가 확보한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에 따르면, 2019년 10월 18일 통일교 중앙아시아 담당 간부 이모 씨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임종성 의원을 통해 키르기스스탄 정부에서 출자하도록 약속을 받은 약 1000 ㏊(헥타르) 토지에 한국 수자원공사 등에서 투자, 지원하여 스마트시티 건설과 산림조성 시범사업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다”라고 보고했다. 특히 문건에는 “임 의원 명의 공문도 저희가 직접 작성해 서명만 받은 뒤 그대로 발송했다”는 대목이 명기돼, 통일교가 의원실의 외교 창구를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통일교는 키르기스스탄 내 댐과 수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일부 이용한 투자 사업을 위해 현지 정부와 협의 중이었다고 한다. 내부 문건에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정부 간 경제협력위 차원에서 장관 3명, 차관 2명이 방한했고 윤 총장(윤영호)을 뵌 국회위원장들이 이를 컨트롤링중”이라고 나와 있다. 통일교는 임 전 의원을 통해 확보한 토지를 기반으로 수자원공사 등 투자기관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 일부를 취득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문건대로 실현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2022년 실제로 이와 흡사한 사업인 ‘키르기스스탄 이식굴 스마트도시’ 사전타당성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키르기스스탄 이식굴 국제공항 남단에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1600 ㏊ 규모 토지를 출자해 한국의 수자원공사, 한아도시연구소 등이 ‘한국형 스마트도시’를 설립하는 사업이다. 주목할 점은 사업 시작 직전인 2021년 4월,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이 현지를 방문해 국회의장 등 고위 관계자들과 확대 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임 전 의원은 키르기스스탄 관련 통일교 내부 문건이 작성된 2019년에 실제로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의원은 2019년 6월 18일에는 수자원공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키르기스스탄 투자청장 및 국회의원단을 접견했다. 같은 해 8월 2일에는 수자원공사와 키르기스스탄 투자청 간 물 분야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통일교는 2020년 문건에서 “임 의원에 대한 키르기스스탄 명예의 증서 수여”를 중앙아시아 권역의 주요 성과로 꼽았으며, 수자원공사와 LH 관계자들이 참석한 포럼에 임 의원이 동석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고 보고했다.

● ‘활동 금지’ 통일교의 돌파구 됐나
임 전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2020년 총선 당시 선거자금 수천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그가 통일교 측의 각종 해외 현안 사업까지 도와준 ‘해결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통일교의 키르기스스탄 내 영향력 확대는 해외 주요 현안 중 하나였다. 키르기스스탄 대법원이 통일교 활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를 한 차례 금지하고 축출시킨 바 있다. 이에 경찰은 통일교가 임 전 의원을 ‘공식 창구’로 내세워 현지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가 키르기스스탄 대선에도 개입하려고 한 정황도 내부 문건에서 확인된다. 2020년 11월 28일경 내부 보고에는 “2021년 1월 10일로 예정된 키르기스스탄 대선과 개헌투표, 그리고 이어질 총선에서 저희가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할지, 또 어떤 방향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할지 등에 대한 세계본부장(윤영호)님의 지침과 가이드가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통일교 문건에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저희 측 인사들의 재차 미팅이 있었습니다” 등 유혈사태 이후 권한대행을 맡던 사디르 자파로프 관련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자파로프 당시 후보는 당선됐다.

임 전 의원은 이러한 내부 보고 문건을 만든 이모 씨에 대해 “민주당 재외동포의장단으로 앉힌 건 맞지만, 당시 이재명 대표와는 상의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한 차례 밝혔다. 임 전 의원은 “2019년 7월 키르기스스탄에 출장 갔을 때 러시아어 통역으로 처음 만났다”며 “우리 대사관이나 이런 곳에서 대동한 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정부에서 통역사로 데리고 나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본보는 임 전 의원의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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