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열린 지난 1월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파손된 둔덕(로컬라이저)가 방치되어 있다. 2025.1.18/뉴스1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정상 작동하는 엔진을 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이 “근거 자료 없이 결론만 제공한다”며 강력 반발해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취소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19일 오후 3시 전남 무안공항에서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앞서 사조위는 현장에서 수거한 엔진 2개를 5월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에 보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 등이 참여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사, 국토부 등 책임 소재가 갈릴 수 있다.
조사 결과 사조위는 엔진에 조류가 충돌하며 손상을 입은 뒤에도 좌측 엔진은 비행이 가능한 정도의 출력을 유지했지만,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며 엔진을 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결과 발표 전 별도 브리핑을 받은 유가족 측이 “죽은 새와 조종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발표 자체를 반대해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여러 근거를 첨부해 유가족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결론으로만 설명하고 근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며 “세계적인 전문가가 함께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하는데 사고 결과만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측은 사조위가 소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사조위 측은 4월 관제탑과 조종사 간 교신 내용 일부를 공개할 때도 사조위 단장이 내용을 낭독한 뒤 별도 질문 등을 받지 않았다.
사조위 측은 국제 규정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조종실 음성기록(CVR)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관계자는 “유가족 대상으로 10여 차례 설명회를 개최해 왔다”며 “2, 3중으로 사실 확인을 한 자료는 국제 규정에 따라 전면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중간발표보다 신뢰성을 높일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조위는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조위는 내년 4월 최종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6월 중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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