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10분을 기해 광주에 호우경보를 발령된 가운데 광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광주천의 수위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둔치가 침수 직전에 놓여 있다. 2025.7.17 뉴스1
17일 새벽 충남 서산에는 반나절 만에 비가 438.5mm 내렸다.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뒤 전국 97개 관측 지점에서 하루 강수량이 400mm를 넘긴 사례는 20차례에 그친다. 더군다나 7월 강수량이 400mm를 넘긴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3차례에 불과하다.
충청, 전라, 경상의 일부 관측 지점에서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시간당 100mm는 3.3㎡ 면적에 양동이(10L) 33개 양의 물을 1시간 동안 쏟아붓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극한 폭우다. 7월 초에 이례적인 폭염에 이어 기록적 폭우가 나타나는 등 한반도 이상기후 현상이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중부-남부서 시간당 100mm 넘는 폭우
17일 0시~오전 7시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26차례 발송됐는데 1번을 빼고 모두 충청이 대상 지역이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우량이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강우량이 90mm 이상일 때 발송된다.
이날 충남 홍성에도 오후 10시까지 353.3mm의 비가 쏟아졌다. 이곳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2015년 이후 7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청주 256.2mm 등 충청 지역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서해상에서 고온다습한 다량의 수증기가 밤사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유입됐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산에서는 1시간 동안 114.9mm의 비가 쏟아져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폭우는 오후 들어 남부지방으로 확산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전라와 경상에는 각각 43건과 12건의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광주에서는 오전 10시 18분부터 1시간 동안 80mm의 비가 쏟아지며 3시간 만에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경남 창녕과 함안에는 이날 오후 10시 15분 기준 각각 360mm, 310mm의 비가 내렸다. 산청에는 오후 2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101mm의 폭우가 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북쪽 상공으로부터 건조한 공기가 많이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17일 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두 공기의 경계에서 강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많은 하루 강수량은 2002년 8월 31일 강원 강릉에서 기록된 870.5mm로 당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루사가 느리게 이동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18, 19일 충청에는 50~1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상과 전라에는 이보다 더 많은 100~20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남해안과 지리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300mm 이상 비가 내릴 수 있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50~80mm의 폭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도권과 강원에선 예상 강수량이 30~80mm 수준이다. 경기 남부 등에선 최대 120mm 이상 비가 올 수도 있다. 제주는 남부에 50~100mm, 산지에는 최대 200mm 이상 내릴 수 있다. 19일 밤 남부지방과 제주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적도 인근 열대지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열대 요란(태풍의 씨앗)이 태풍으로 발달해 북상하거나,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는 시기에 다시 이번 폭우와 같은 폭발적인 강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0일 기온 오르며 내주 폭염 전망
18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2~26도, 낮 최고기온은 27~32도로 예보됐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인천 28도, 대전 29도, 광주 대구 30도, 부산 울산 28도다. 다만 1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그치면 다시 한낮 체감온도는 최고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이후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0~34도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이어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특보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태평양 고기압과 함께 ‘이중 열돔’을 형성하는 티베트 고기압의 확장세는 여러 기상 예측 모델마다 결괏값이 달라서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렵다. 티베트 고기압도 충분히 확장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 한반도에는 다시 푹푹 찌는 ‘사우나 더위’가 시작된다. 16, 17일 제주 전역에서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며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