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AI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진 고병원성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조류에서 젖소나 고양이, 사람까지 종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의 펜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에서 “AI가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과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한다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AI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I 유전자 재편성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경우 팬데믹(대유행)으로 일어날 수 있다”며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AI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돼지 농장과 올해 영국 요크셔의 양 농장에선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고병원성 AI 감염 범위가 확장되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사람이 소의 결핵균에 감염된 사실이 공식 확인돼 국내도 인수공통 감염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포럼에선 국내외 AI 감염 현황과 팬데믹 대비를 위한 학계와 정부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최근 캐나다에선 10대 청소년이 조류독감 A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으켰고, 미국에선 첫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며 “이는 기존에 젖소로부터 감염돼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보였던 바이러스 유전자형과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향후 돌연변이 진화 시 사람 간 전파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AI의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면서 팬데믹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인체 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AI 대비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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