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급성 폐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김대응·황성미·허익수)는 지난해 12월12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급성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화학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폐손상 원인물질)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유해성 심사 없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표한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정부에게 유해성 심사와 관련해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는 하나, 사고 발생의 주된 책임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제조업체에게 있는 점, 관련 공무원들이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작위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의해 이미 지급한 지원금·위자료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신속히 역학조사에 나섰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장 등이 역학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발생하기 위해선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는 바, 원인 미상의 급성 간질성 폐결환은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은 그 이유는 다르나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와 항소심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유가족들은 2012년 1월 국가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며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금과 위자료 등 모두 8억원을 지급하라’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에 일부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나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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