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들, 우리가 간다…철저히 기수 열외” 복귀 전공의 등에 보복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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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커뮤니티에 협박글 논란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 2025.5.12/뉴스1

정부와 의료계가 만남을 이어가며 올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과 학교에 복귀하면 보복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의정 갈등 이후 집단행동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일 때마다 내부를 단속하는 협박성 게시글이 등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귤들아 우리가 간다. 돌아가면 니들 XX해버린다’, ‘감귤 XX이고 싶다’는 등의 글이 게시됐다. 감귤은 의정 갈등 과정에서 사직, 휴학 등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 의대생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병원에 복귀하면 따돌리겠다는 글도 여럿 등장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병원에 돌아가면 3월 (병원에 복귀한) 감귤은 철저히 기수 열외할 것”이라며 “혼자 (진료 등을) 독학해서 환자 봐라. 우리는 백업 안 해줄 테니까”라고 썼다. 또 다른 회원은 “직접 욕하는 것보다 기수 열외가 제일 무서운 거다. 한 번 당해 봐라”며 “단일대오를 이탈하고 동료 등에 칼 꽂아도 우리가 어화둥둥 해줘야 하냐”고 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뒤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집단행동 이탈자에 대한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파업에 불참하고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다른 전공의들로부터 ‘참의사’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받고,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됐다. 텔레그램에는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채팅방이 개설돼 ‘감사한 의대생’ ‘감사한 전공의’ ‘감사한 전임의’ 명단이 게시됐다. 채팅방 개설자는 ‘이 시국에도 의업에 전념하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려 한다’고 했지만, 복귀자들을 조롱하며 추가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외부 압력과 무관하게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수련병원 교수는 “복귀자에 대한 집단 따돌림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정부 차원에서 먼저 복귀한 이들을 위한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대생 또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보복을 예고한 게시글과 관련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고유 권리인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귀 의대생#의대생#의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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